[욜로은퇴 시즌2] 디지털로 챙기는 건강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려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내게 맞아야 한다는 게 원칙이었다. 그래서 ①뛰기보다 걷기 ②보폭을 넓혀서 걷기 ③집에서 넷플릭스 보면서 40분 사이클 타기 ④사무실에서 푸시업 하기가 나의 운동이었다. 나름대로 위의 네 가지를 꾸준히 해오면서 건강에 큰 무리 없게끔 운동을 했다.
그런데 체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혈당과 혈압이 경계선상에 있고, 내장 지방이 많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악화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개선되지도 않았다.
나이 들어 체중 줄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친구의 변화를 목도했다. 친구의 딸 결혼식에 갔는데 날씬해져서 나타난 게 아닌가! 다이어트를 했냐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했다. 혈당 패치 하나 붙였는데 2개월 만에 4㎏ 정도가 빠졌다고 했다. 몇 달 뒤에 만났더니 제비처럼 돼 있어 물어봤더니 최고 때와 비교해 무려 9㎏이 빠졌다고 한다.
비결은 혈당 패치였다. 그냥 붙이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패치를 부착하면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돼 실시간 혈당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음식을 섭취하고 조금 있으면 혈당이 겁나게 올라가는 걸 두려운 눈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육상 선수처럼 격하게 뛰고 나면 혈당이 뚝 떨어지는 것도 보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신나게 우동을 먹고 나니 혈당이 190㎎/dL 가까이 오르기에 열심히 뛰었더니 90㎎/dL로 뚝 떨어졌다. 최고 혈당, 최저 혈당, 평균 혈당, 시간별 평균 혈당 통계도 볼 수 있다.
흰 밥, 흰 밀가루, 흰 설탕을 먹으면 혈당이 급하게 오른다는 건 귀가 따갑도록 들은 소리다. 그래도 나는 밥과 빵을 좋아했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우동을 항상 먹었다. 그런데 밥을 먹거나 빵을 먹고 혈당이 급하게 오르는 걸 눈으로 직접 보니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빵과 우동 먹는 횟수가 줄었다. 혈당이 많이 오르지 않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저녁에 많이 먹으니 밤새 자는 동안 혈당이 평균적으로 높았다. 이 그래프를 보게 되면 밤늦게 먹는 걸 줄이게 된다.
또 하나. 잠을 적게 자면 뭘 먹지 않더라도 오전에 혈당이 높았다. 그리고 필자는 평균적으로 혈당 수준이 조금 높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그 한 이유가 됨을 알았다. 음식을 먹고 혈당이 올라가면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간, 근육, 지방세포의 문을 열어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도록 해서 혈당이 낮아지도록 한다. 그런데 이들 세포가 인슐린에 저항하게 되면 문을 열어 포도당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결과 췌장은 다시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고 인슐린을 많이 분비하다 보면 췌장이 지쳐서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인슐린 저항성은 수면이 부족하거나 내장 지방이 많을 경우 생긴다고 한다. 필자는 책을 보고 글을 쓰다 보니 새벽 1~2시께 자서 5시간 반 정도 잔다. 수면 부족이다. 게다가 내장 지방도 있다. 결국 필자는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췌장이 피곤하지 않게 해야 한다. 일찍 자고 내장 지방을 개선해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된다.
혈당 패치는 2주 착용했고, 탈착한 지 2주가 흐른 시점에 체중을 쟀더니 지금까지 야금야금 오르기만 하던 체중이 2㎏ 넘게 빠졌다. 못 입던 바지를 다시 입었다. 2주 정도 더 지나서 다시 패치를 부착할 예정이다. 사람은 한 번으로 습관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1년 정도 지속하면 식사 습관이 새롭게 정착될 것 같다. 좋지 않은 식습관을 좋은 식습관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어떤 의지력이나 결심도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혈당 패치 하나가 습관을 바꿔준 것이다.
이전에 직장 상사 한 분은 초고추장으로 회덮밥을 먹고 난 후와 청양고추 가루를 뿌려서 회덮밥을 먹고 난 후 혈당을 체크해서 초고추장의 위력을 알려준 바 있었다. 그런데 디지털화가 되면서 이제 패치 하나 붙이면 스마트폰에서 음식 섭취, 수면, 과식과 혈당의 관계를 모두 볼 수 있다. 삼백(三白) 식품이 혈당에 안 좋다는 걸 백 번 들어도 실천에 옮기기 어렵다. 다른 사람의 실험 결과를 백 번 봐도 실천에 옮겨지지 않는다. 그런데 내 몸의 변화를 직접 보면 행동이 변한다.
체중이 9㎏ 빠진 친구는 고혈압, 고지혈 약을 모두 끊었다. 의사가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한다. 습관을 바꾸기 어려운 사람은 디지털 환경을 이용해 자기 몸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자. 노후의 운명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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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유비무환! 준비된 은퇴, 행복한 노후를 꾸리기 위한 실전 설루션을 욜로은퇴 시즌2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