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엔 제사 대신 저녁 먹자"던 어머니…생명 살리고 떠나

추석 앞두고 뇌사 장기기증…한 생명에 새 삶 선물
56년 함께한 남편 "최고의 아내, 마지막까지 자랑스러워"

기증자 강숙희 씨(오른쪽)와 남편 정상빈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올해 추석에는 제사 대신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자"고 했던 어머니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대신 마지막 순간 간을 기증하며 누군가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7일 제주한라병원에서 강숙희 씨(78)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을 기증해 한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22일 밝혔다.

기증원에 따르면 강 씨는 지난달 19일 새벽 평소처럼 남편과 아침 운동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목이 뻣뻣하다고 호소한 뒤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지주막하출혈로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남편 정상빈 씨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뜻깊은 일"이라며 "늘 베풀며 살아온 사람이기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누군가에게 베풀고 가는 것이 아내의 뜻에도 맞다고 생각했다"고 장기기증에 동의한 이유를 밝혔다.

제주에서 평생 살아온 강 씨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남편과 결혼해 1남 3녀를 키웠다. 가정을 돌보면서도 20여 년간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가계에 보탬이 됐다.

아들 인태 씨는 "유품을 정리하면서 보니 자식들이 사드린 것을 제외하면 흔한 금붙이나 명품 가방 하나 없이 사셨더라"며 "늘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온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강 씨는 가족뿐 아니라 이웃들에게도 정이 많았다. 좋은 것이 생기면 혼자 갖기보다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했고 40년 넘게 한 동네에서 이웃들과 가족처럼 지냈다.

자녀들이 성장하고 남편이 퇴직한 뒤에는 꽃을 가꾸고 여행을 다니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특히 지난 5월 자녀와 손주들과 함께한 가족여행을 여러 차례 자랑할 만큼 행복해했다고 유가족은 전했다. 다음에도 함께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지만 그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아들 인태 씨는 "올해부터는 추석 제사를 지내지 않고 가족들이 함께 저녁 한 끼를 먹자고 하셨다"며 "이번 추석은 어머니 없이 보내게 돼 더욱 아쉽고 그립다"고 말했다.

남편 정 씨는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결혼 생활 56년,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당신은 최고의 아내이자 최고의 어머니였다"며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누군가에게 생명을 이어주고 새 삶을 살게 한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올 상반기 인체조직기증자는 1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1명보다 74.6% 증가했다. 연간 인체조직기증자는 2023년 166명에서 2024년 145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80명으로 반등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