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만 받아선 못 판다"…K-의료기기, 유럽 진출 해법은
"인허가 넘어 현지 의료현장서 제품 가치 입증해야"
컨설팅 전문가 "CE 인증은 시작…급여·병원 구매·의료진 선택 관건"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K-의료기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인허가 요건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현지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근거를 마련하고,의료진과 환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의 가치를 제시해야 합니다.
고상백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은 15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메드텍 인사이트(Medtech Insight) 2026'에 참석해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제품의 허가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병원에서 실제 사용되고 판매되도록 국가별 시장에 맞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고 원장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이 의료기기에 빠르게 적용되면서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산업의 중심축이 개별 제품의 기술과 성능을 넘어 데이터 활용, 의료서비스와의 연계, 의료현장에서 창출되는 가치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도 국내 의료기기 기업이 제품 개발부터 국내 시장 진입, 해외 진출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성창현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우리 의료기기 기술 수준은 상당히 올라왔다"며 "국내 시장도 중요하지만 결국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선 의료기기의 허가와 시장 진입, 건강보험 급여 등재 과정을 지속해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경쟁이 기업들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 사이에서도 좀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규제체계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며 "향후에도 허가나 시장 진입, 급여 등재 절차까지 좀 더 투명하고 효과적인 제도가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노력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드라젠 예셰(Drazen Jese) 헤지호그 컨설팅 대표 역시 국내 기업들이 주요 수출 시장인 유럽에 진출할 때 CE 인증을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CE 인증은 제품이 유럽연합(EU)의 안전·성능 등 관련 기준을 충족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시로, 의료기기는 유럽 의료기기 규정(MDR)에 따른 절차를 거쳐 CE 마크를 확보해야 유럽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예셰 대표는 "CE 인증을 확보했지만 이후 목표 국가에서 제품 비용을 지급할 보험급여 경로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유럽 현지 임상자료와 제품을 사용해 줄 의료진을 마련하지 못해 시장 진입에 실패한 사례들이 있다"며 "CE 인증은 단순히 제품 판매 자격을 얻는 단계일 뿐, 이와는 별개로 시장 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 의료기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할 세 가지 관문으로 △해당 제품에 보험 등으로 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지 △병원 등에서 누가 어떤 절차로 제품을 구매하는지 △의료진이 실제 제품을 사용할 것인지 등을 제시했다.
유럽 전체를 하나의 시장처럼 접근해서도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예셰 대표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같은 MDR 체계를 적용하더라도 국가마다 치료받는 방식과 의료비를 부담하는 주체, 병원의 제품 구매 구조 등이 다르다"며 "자금 투입에 앞서 먼저 어느 국가에 진입할지 정한 뒤 현지 보험급여 경로와 의료진, 판매 파트너, 가격 전략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원장은 "각국의 규제와 시장, 의료현장을 이해하는 전문가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와 전문성, 협력 기회를 지속해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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