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독감 유행 공식 바꿨다…"일찍 시작, 더 길게 갈 수도"
정재훈 교수 "팬데믹 이후 유행 시기·양상 달라져"
질병청, 국가예방접종 일정 조정 여부 이번 주 결정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깨진 호흡기 감염병 유행 공식이 올해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역당국은 지난 11일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데 이어 어린이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국가 예방접종 일정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4일 열린 질병관리청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 패턴이 예년과 달라졌다"며 "인플루엔자는 보통 12~1월 유행했지만, 최근 몇 절기를 보면 유행 시기가 조금씩 어긋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정점 환자 규모만 보면 예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2년간 패턴을 보면 과거처럼 짧고 강하게 유행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오랜 기간 이어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2026~2027 절기 첫 주인 36주 차(8월 30일~9월 5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25.3명으로 유행기준(12.9명)의 약 2배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6.6명)과 비교하면 약 4배 높은 수치다.
특히 초등학생 연령대인 7~12세가 75.1명으로 가장 높았고, 1~6세 49.8명, 13~18세 31.3명 순으로 나타나 소아·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유행 규모 자체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유행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정 교수는 "올해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이르게 시작된 것도 팬데믹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기후 요인과 면역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예전과 같은 유행 양상이 반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환자 발생이 연말까지 증가한 뒤 내년 봄에 한 차례 더 소규모 유행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질병청도 현재 유행을 '급증'보다는 '조기 유행'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형민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현재 상황은 인플루엔자가 평년에 비해 조금 이르게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일본과 중국 등 주변 국가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유행이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얼마나 큰 규모로 유행할지는 아직 예측이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지난해와 전체적인 발생 규모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국가 예방접종이 시작되기 전까지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호흡기 예방수칙 준수와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정익 질병청 감염병정책국장은 "인플루엔자는 치료제와 예방접종이 모두 중요한 감염병"이라며 "증상이 있을 때 신속히 진단받고 치료제를 복용하면 환자 회복은 물론 추가 전파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절기 유행은 이미 시작됐지만 정점은 연말께 형성되고 환자 발생은 내년 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예방접종을 통해 유행 규모와 정점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오는 21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국가 예방접종 일정 조정도 검토 중이다.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어린이와 어르신 등 대상군별 접종 일정 조정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지자체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한 뒤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경우 고위험군 집단감염 우려를 고려해 백신이 확보된 곳은 즉시 접종할 수 있도록 이미 조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백신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홍 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생산량이 다소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 예방접종에 필요한 물량은 충분히 확보했다"며 "일반 유료 접종용 백신은 다소 줄어들 수 있어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 하락은 유행 시기와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고령층은 중증과 사망 예방이 가장 중요한 만큼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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