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우리 아이 CT 촬영, 막연한 불안감 대신 확인해야 할 것들

최영훈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영상의학과 교수

최영훈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영상의학과 교수

갑작스러운 사고나 고열로 응급실을 찾았을 때 담당 의사로부터 "CT 촬영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게 되면 부모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꼭 필요한 검사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뇌리 한편에서는 '방사선 노출이 우리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소아 환자를 위한 방사선 안전 기준과 시스템

어린이는 세포 분열이 왕성하고 생존 기간이 길어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더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의료계와 정부 역시 이러한 소아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이에 대응하는 방사선 안전 관리 체계를 촘촘히 구축해 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008년부터 환자의 피폭선량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참고치로 진단 참고 수준(Diagnostic Reference Level, DRL)을 마련해 의료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소아의 경우 2012년부터 신생아, 1세 이하, 2~5세, 6~10세 등 연령별로 세분된 진단 참고 수준을 제시해 왔다. 현재는 13개 주요 방사선 영상 검사로 그 범위를 확대하여 의료기관이 어린이에게 최적화된 선량 조건으로 촬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단순히 촬영 선량을 낮추는 것을 넘어 이 검사가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검사인지 검사의 '정당성'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질병청은 대한영상의학회와 함께 '영상진단 정당성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 정당성 가이드라인은 CT를 포함한 방사선 검사가 꼭 필요한지 판단하는 의학적 기준을 제시하며 가능한 경우 방사선 노출이 없는 초음파나 MRI 등의 대체 검사를 우선으로 고려하도록 돕는 기준표 역할을 한다.

안전한 검사를 위해 보호자가 챙겨야 할 세 가지

이러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병원의 촬영 환경이 완벽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진단 참고 수준은 강제 법규가 아닌 참고치이기에 병원의 장비나 시스템에 따라 실제 방사선량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조사에 따르면 동일 연령대 어린이의 머리 CT 선량이 병원에 따라 최대 13배까지 차이 났던 적도 있다. 최근 그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의료진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소아 맞춤형 조건 확인: "성인이 아닌, 소아용 촬영 조건으로 진행되나요?"

대체 검사 가능성 문의: "CT가 아닌 초음파나 MRI와 같은 방사선 노출이 없는 다른 검사로 확인할 수는 없을까요?"

과거 영상 기록 공유: "최근 다른 병원에서 비슷한 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영상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을 신뢰하는 지혜

여기서 한 가지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 단순히 방사선 노출이 무섭다는 이유로 의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CT 검사를 지체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 진단이 늦어져 발생하는 위험은 방사선 노출에 대한 우려보다 훨씬 크고 치명적일 수 있다.

우리 아이의 CT 촬영, 이제 막연히 불안해할 필요도 없지만 무심히 넘겨서도 안 된다. 검사가 꼭 필요한 상황인지, 소아 맞춤형 촬영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되 그 후에는 의료진의 전문적인 판단을 굳게 신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우리 아이를 가장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키는 현명한 방법이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