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보다 몸 상태"…고령 다발골수종 이식 효과 국내 첫 입증

65~69세 이식군 4년 생존율 67.8%…비이식군보다 12.8%p 높아
사망 위험 38% 감소·비용효과성도 확보…"건강상태로 판단해야"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대기하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다발골수종 환자의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여부를 결정할 때 단순히 나이만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민창기 교수 연구팀(공동교신저자 최수인 가톨릭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 제1저자 이정연 교수)은 65~69세 고령 다발골수종 환자에게서도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생존율을 높이고 비용 대비 효과까지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형질세포(Plasma cell)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골수에 암세포가 쌓이면서 정상 혈액세포 생성을 방해하고 뼈를 약하게 만들어 골절 위험을 높인다. 빈혈과 잦은 감염, 뼈 통증, 신장 기능 저하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발생 건수는 2000년 492건에서 2022년 1961건으로 20여 년 사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환자의 약 90%가 60세 이상 고령층인 만큼 고령 환자 치료 전략 수립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은 다발골수종의 대표적인 1차 치료법이지만 고령 환자에게서는 치료 독성과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시행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특히 국내에서는 2019년에야 65세 이상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으며 관련 근거 역시 대부분 서구권 연구에 의존해 왔다.

이식군(Case, 빨강)과 비이식군(Control, 파랑)의 (A)전체 생존율과 (B)다음 치료를 시작하기까지의 기간. (병원 제공)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9~2024년 청구자료를 활용해 새로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은 65~69세 환자 735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458명은 보르테조밉·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VTd) 유도 치료 후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고 277명은 약물치료만 시행했다.

분석 결과 이식군의 4년 생존율은 67.8%로 비이식군의 55.0%보다 12.8%포인트 높았다. 사망 위험은 이식군이 38.0% 낮았다. 다음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걸린 기간도 이식군이 29.8개월로 비이식군(19.7개월)보다 10.1개월 길었다.

경제성 분석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이식군은 비이식군보다 총의료비가 약 2990만 원 더 들었지만 삶의 질을 반영한 건강수명(QALY)은 0.71년 더 길었다. 건강수명 1년 증가를 위해 추가로 투입된 비용(ICER)은 약 4240만 원으로 국내 비용효과성 판단 기준으로 활용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인 약 5240만 원보다 낮았다.

연구팀이 1000회 시뮬레이션을 통해 불확실성을 검증한 결과 이식이 비용 효과적일 확률은 70.3%로 나타났다. 다음 치료까지의 기간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는 건강수명 1년 증가당 추가 비용이 약 2360만 원까지 낮아졌고 비용 효과적일 확률은 98.9%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국내 의료비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입원 이식 비용이 평균 2억 원을 웃도는 반면 국내는 약 3000만 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초기 치료비 부담보다 재발 지연에 따른 장기적 이익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이식 대상을 나이가 아닌 신체 상태(fitness)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국제 진료 지침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이식 급여 대상이 70세까지 확대됐지만 실제 시행률은 62.3%에 머물고 있다.

민창기 교수는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식을 검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며 "이번 분석은 65~69세 환자에게서도 이식이 생존 기간을 늘리고 그 비용 역시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을 국내 데이터로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식 여부는 나이가 아니라 환자의 전신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최수인 교수는 "해외 비용효과 연구는 약값과 의료비 구조가 달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전 국민 청구자료를 토대로 국내 실정에 맞는 근거를 마련한 만큼 향후 급여 정책 논의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가톨릭 다발골수종 연구 네트워크(CAREMM)의 다기관 연구(CAREMM-2110)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보건경제성과연구학회(ISPOR) 공식 학술지인 Value in Health에 온라인 게재됐다. 오는 10월 정식 출판될 예정이다.

(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민창기 교수, 박성수 교수, 이정연 교수, 가톨릭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최수인 교수. (병원 제공)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