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캄캄, 주변이 빙빙…어지럼증, 더위만 탓했다간 낭패
조성윤 원장 "빈혈·냉방병 치부 안돼…시작 시점·지속 시간 살펴야"
"갑작스러운 보행 장애·복시·발음 이상 동반하면 뇌졸중 의심해야"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몸이 휘청거리고 주변이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땀을 많이 흘려 발생한 탈수나 혈압 저하가 원인일 수 있지만 이석증과 같은 귀의 전정기관 질환이나 드물게 뇌졸중이 원인일 수도 있어 증상의 양상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어지럼증이 생겼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어지럼증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시작됐고 얼마나 지속됐는지다.
조성윤 리젠에스신경외과의원 원장은 "여름철 어지럼증을 모두 빈혈이나 냉방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지럼증은 하나의 질환명이 아니라 여러 원인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어떤 느낌이었는지만큼 언제 시작됐고 얼마나 지속됐는지, 자세나 머리 움직임에 따라 유발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더운 환경에서는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혈관이 확장되고 땀 배출이 증가한다. 이때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지 못하면 체내 혈액량이 감소하면서 앉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 일시적으로 뇌에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주변이 빙빙 도는 느낌보다는 눈앞이 흐려지거나 캄캄해지고, 몸에서 힘이 빠지면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질병관리청은 체온 상승으로 피부 쪽 혈액량이 증가하고 심부 혈액량이 감소하면서 어지럼증이나 일시적인 의식 소실이 나타나는 상태를 열실신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즉시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 앉거나 누워야 한다. 의식이 명료하고 삼키는 데 문제가 없다면 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조금씩 마실 수 있다. 다만 의식이 흐려지거나 고열, 경련, 이상 행동 등이 나타난다면 열사병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음료를 억지로 먹이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침대에 눕거나 돌아누울 때, 고개를 들거나 숙일 때 주변이 갑자기 빙빙 도는 증상이 수초에서 1분 이내로 반복된다면 양성돌발성두위현훈, 이른바 이석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석증은 귓속 전정기관에 있어야 할 작은 칼슘 결정이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서 특정 머리 움직임에 따라 회전성 어지럼증과 안진(눈이 자신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더위나 탈수가 이석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지만, 여름철 발생한 이석증이 탈수로 인한 어지럼증으로 오인되거나 반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석증은 증상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딕스-홀파이크 검사와 같은 체위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확진되면 이석치환술이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환자들은 어지럼증을 "빙빙 돈다", "멍하다", "술에 취한 것처럼 휘청거린다", "쓰러질 것 같다" 등 다양하게 표현한다. 하지만 이런 표현만으로 원인을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어지럼증을 평가할 때는 증상의 표현뿐 아니라 언제 시작됐는지, 얼마나 지속됐는지,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머리를 움직일 때만 수초간 반복되는지,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지,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갑자기 시작된 심한 어지럼증이 수 시간 이상 지속되는지에 따라 의심할 수 있는 원인이 달라진다.
조 원장은 "어지럼증이 발생한 시간과 지속 시간, 눕기·일어서기·고개 돌리기 등 유발 자세, 청력 저하나 이명, 두통, 구토, 신경학적 증상의 동반 여부를 기록하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말초 전정기관이나 혈압 변화 등 비교적 양성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소뇌나 뇌간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후방 순환 뇌졸중도 심한 어지럼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단순한 더위나 이석증으로 판단하지 말고 즉시 119를 통해 응급실로 이동해야 한다.
△똑바로 걷거나 서 있기 어려울 정도로 중심을 잡지 못한다.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한쪽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진다.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심하게 사레가 든다.
△갑작스러운 극심한 두통이나 반복적인 구토가 동반된다.
△의식이 흐려지거나 새롭게 청력이 떨어진다.
후방 순환 뇌졸중은 회전성 어지럼증과 심한 균형 장애, 복시, 발음 이상, 두통과 구토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수 분 만에 사라졌더라도 일과성허혈발작일 가능성이 있어 응급 평가가 필요하다.
조 원장은 "뇌졸중에 의한 어지럼증은 반드시 팔다리 마비를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심한 어지럼증이 갑자기 시작되고 혼자 걷기 어렵거나 복시, 발음 이상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자와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 환자, 야외 작업자,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사람은 여름철 탈수와 혈압 변화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이뇨제는 체액과 전해질 손실을 증가시킬 수 있고 일부 혈압약은 더운 날 혈압 저하와 실신·낙상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어지럽다는 이유로 혈압약이나 이뇨제를 스스로 줄이거나 중단하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기존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약물 용량이나 복용 시간을 변경할 때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심부전이나 만성 콩팥병으로 수분 섭취를 제한받는 환자 역시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의 심장·신장 기능과 복용 약물에 따라 적정 수분 섭취량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존 의료진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조 원장은 "여름철에 발생한 가벼운 어지럼증은 휴식과 수분 보충으로 좋아질 수 있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지속되는 경우에는 이석증, 전정신경염, 부정맥, 혈압 이상 등 다른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보행 장애나 복시, 발음 이상이 동반된 어지럼증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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