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보다가 '쿵'…젊다고 안심 못 하는 '폭염 실신'

장시간 야외활동·탈수 겹치면 누구나 실신 위험
"반복되는 실신·부정맥 증상 땐 심장 검사 필요"

전국에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5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로 환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지난 4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 도중 20대 관중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현장에서는 심정지가 의심될 정도의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다행히 정밀검사 결과는 달랐다. 폭염 속 탈수와 혈압 저하가 겹치면서 발생한 일시적인 실신이었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야외활동이 늘면서 이처럼 젊은 층에서도 탈수와 실신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의료진은 대부분은 탈수에 따른 일시적인 실신이지만 일부는 부정맥 등 심장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는 만큼 증상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8월 5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2665명, 추정 사망자는 23명으로 늘었다. 특히 이달 들어 환자가 급증하는 양상이다. 지난 1일 118명, 2일 114명이던 온열질환자는 3일 204명으로 200명을 넘어선 뒤 4일과 5일에도 각각 208명이 발생했다. 올해 누적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3300명)보다 적지만 추정 사망자는 2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명)을 넘어섰다.

야구장에서도 '쿵'…폭염에 젊은 층도 실신

가천대 길병원에서 치료받은 이 모 씨(23)는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찾아 응원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의료진은 계속된 무더위와 탈수, 장시간 서서 응원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시적으로 뇌 혈류가 감소하면서 실신한 것으로 판단했다.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 씨는 입원 치료 후 건강을 회복해 6일 퇴원했다.

이 씨를 치료한 위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실신은 일시적으로 머리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지만 여름철에는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기온이 높아지면 혈관이 확장되고 많은 땀으로 탈수까지 겹치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뇌 혈류가 감소해 실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외 경기장처럼 더운 환경에서 장시간 서 있거나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지 못한 경우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실신 전에는 눈앞이 흐려지거나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식은땀이 나면서 몸에 힘이 빠지는 등의 전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이 같은 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누운 상태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며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면 뇌로 가는 혈류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단순 탈수 아닐 수도…"반복되면 심장 검사 받아야"

전문가들은 폭염 속 실신을 모두 단순한 탈수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일부는 부정맥과 같은 심장질환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더운 날씨에 많은 땀을 흘리면 혈액량이 줄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심장이 더 빠르게 뛰고 자율신경계의 균형도 흔들린다"며 "이 과정에서 심방세동이나 빠른맥 같은 부정맥이 발생하거나 기존 부정맥이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맥은 심장이 정상적인 리듬을 유지하지 못하고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또는 불규칙하게 뛰는 질환이다. 대부분은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증 정도로 끝나지만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처럼 악성 부정맥은 심정지와 돌연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 교수는 "운동 중 또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거나 실신 직전 심한 두근거림이나 흉통이 있었다면 심장성 부정맥의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며 "가족 중 젊은 나이에 돌연사를 경험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도 반드시 전문적인 심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갈증을 느끼기 전에 충분히 물을 마시고 카페인 음료와 과도한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며 "반복되는 두근거림이나 실신, 흉통, 호흡곤란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더위 탓으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