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앞에 무너지는 노인들…"갈증도 못 느끼고 열도 못 식힌다"

온열질환 사망자 10명 중 7명 70세 이상…고령층 피해 집중
"혼자 사는 부모님 냉방환경·건강상태 자주 확인해야"

사흘째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무료급식 배식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10명 중 7명은 7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까지 범위를 넓히면 사망자의 81%를 차지해 피해가 고령층에 집중됐다.

고령자는 땀을 배출하고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지는 데다 갈증도 늦게 느껴져 더위에 특히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한낮 야외활동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8월 4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2441명이다. 이 가운데 60대는 450명으로 전체의 18.4%를 차지해 연령대별로 가장 많았다. 이어 70대 305명, 80세 이상 300명 순이었으며, 65세 이상 고령층은 모두 825명으로 전체의 33.8%를 차지했다.

다만 인구 대비 발생 위험은 80세 이상에서 가장 높았다. 인구 10만 명당 온열질환자는 80세 이상이 12.5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 7.4명, 60대 5.8명 순이었다.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총 21명 가운데 70세 이상이 15명으로 전체의 71.4%를 차지했다. 60세 이상까지 범위를 넓히면 사망자는 17명(81.0%)으로 늘어 고령층에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는 열 식히는 능력 크게 떨어져…갈증 느끼는 기능도 둔해져

김준성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고령층이 폭염에 취약한 가장 큰 이유로 노화에 따른 체온 조절 기능 저하를 꼽았다.

김 교수는 "고령자는 땀샘 기능이 떨어져 땀 분비량이 적고 피부 혈관 확장 기능도 감소해 몸속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며 "갈증을 느끼는 기능까지 둔해져 탈수가 상당히 진행돼도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뇌의 체온 조절 기능도 저하된다. 체온을 감지하고 조절하는 시상하부 기능이 둔해져 체온 변화에 대한 반응이 늦고 부정확해지면서 같은 더위에 노출돼도 젊은 층보다 열사병으로 진행될 위험이 훨씬 높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온열질환은 열경련과 열탈진, 열사병으로 구분된다. 열경련은 탈수로 인해 근육에 경련이 생기는 비교적 가벼운 단계이며, 열탈진은 저혈압과 어지럼증,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가장 위험한 열사병은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고 의식장애가 동반되는 응급질환으로 신속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초기에는 평소보다 쉽게 피로해지고 두통이나 어지럼증, 메스꺼움, 식욕 저하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체온이 계속 상승하면 땀이 줄거나 멈추고 피부가 뜨거워지며 심박수와 호흡수가 빨라진다. 의식이 흐려지거나 횡설수설하고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증상은 열사병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신호다.

온열질환이 의심되면 즉시 에어컨이 있는 실내나 그늘로 옮겨 체온을 낮춰야 한다. 옷을 느슨하게 풀고 젖은 수건을 목과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큰 혈관이 지나는 부위에 대거나 선풍기·부채를 이용해 몸을 식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만 의식이 없거나 반응이 둔한 경우에는 억지로 물을 먹이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해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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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병 환자는 탈수 관리 더욱 중요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는 탈수 예방과 혈압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고령층의 탈수는 혈압 변화를 일으켜 심혈관계 부담을 키울 수 있으며, 체내 수분 손실로 혈액 점도가 높아지면 혈전이 생겨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호흡곤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 등이 나타난다면 단순히 더위 때문이라고 넘기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고령자는 탈수 자체에도 취약하다. 이지연 강남베드로병원 신장내과 과장은 "실제로 65세 이상 입원 환자의 약 7%는 수분 부족 상태인 것으로 보고됐으며 탈수로 입원하는 경우도 1.4%에 달한다"며 "특히 당뇨병 환자는 탈수가 발생하면 혈당이 상승해 상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60대 이상은 탈수에 취약한 만큼 여름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만성콩팥병을 비롯한 신장질환 환자는 전문의와 상의해 자신의 상태에 맞는 수분 섭취량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가급적 외출과 야외작업을 피하고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평소보다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고령자는 나이가 들수록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가족들도 냉방 환경과 수분 섭취를 함께 챙기고 혼자 사는 부모님이나 고령 가족의 안부를 자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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