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 한국은 왜 안돼?"…정부가 그리는 '한국형 재생의료'
[줄기세포 연간기획]⑧ 최경일 보건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 인터뷰
"치료·연구는 활성화, 안전은 강화"…과학적 근거 기반 규제 합리화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왜 일본에서는 받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안 되나요.
줄기세포 치료를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는 치료를 일본에서는 자비 진료 형태로 받을 수 있다 보니 적지 않은 환자가 수천만 원을 들여 해외로 향한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일본에서 같은 치료를 시행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한국도 규제를 더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부는 '규제 완화'와 '치료 활성화'를 같은 의미로 보지 않는다. 해외 원정 치료 수요를 국내로 흡수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그 해법은 일본식 규제 완화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 안전한 치료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데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방향은 최근 발표한 '제2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2026~2030년)에도 담겼다. 정부는 직접 임상 연구를 지원해 치료 기회를 넓히는 한편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기술부터 규제를 합리화하고 허위·과장 광고와 관리 사각지대는 더욱 엄격히 관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첨단재생의료의 목표는 질환 극복"이라며 "치료와 연구는 활성화하면서도 안전관리는 함께 강화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환자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지원관과의 일문일답.
-일본에서는 가능한 줄기세포 치료가 국내에서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는 요구도 꾸준한데 정부는 어떻게 보고 있나.
▶그런 요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일본에서는 같은 치료를 하는데 한국에서는 하지 못하다 보니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왜 굳이 일본에 가서 치료받아야 하느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다만 일본과 우리나라는 체계 자체가 다르다.
일본은 환자와 의사의 합의에 따라 자유진료 형태로 재생의료를 시행하고 민간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우리와 제도가 다르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 안전관리 체계 안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뒤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도 최근에는 재생의료 안전관리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일본도 규제를 풀어놓다 보니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후생성에서도 조금 더 규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일본은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환자 동의를 바탕으로 치료가 이뤄지는 제도적 특성이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안전하다는 전제 아래 치료가 가능하게 하는 체계다. 최근 일본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한국인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는데 그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다면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부분들도 제도를 운용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일본은 재생의료를 폭넓게 허용해 중국·한국 등 해외 환자를 유치해 왔지만, 최근에는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조정하고 있다.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는 올해 2월 일본 후생노동성에 국제 지침 준수를 촉구하는 경고 서한을 발표했고, 일본재생의료학회도 3월 '과학적 근거를 갖춘 재생의료와 그렇지 않은 치료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에서 '규제 합리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단순히 규제를 푸는 것과는 다른 의미인가.
▶첨단재생의료 기술을 통한 질환 극복을 비전으로 치료와 연구를 활성화하는 한편 안전관리도 함께 강화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 환자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면서 추진해야 하는 부분이다. 치료와 연구를 활성화하는 것과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함께 가야 한다.
-배양 자가면역세포는 저위험으로 조정됐지만, 줄기세포는 이번에도 위험도가 유지됐다.
▶ 배양 자가면역세포는 충분한 연구자료와 치료 사례가 축적돼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판단했다.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위험도를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조정했고 일본에서도 저위험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자가 지방유래 줄기세포는 아직 면역세포 수준만큼 안전성에 관한 문헌과 치료 사례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관련 임상 연구와 치료 사례가 더 축적되면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위험도 조정도 검토할 수 있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언제 국내에서도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다.
▶정부가 추진하는 무릎 골관절염과 난치성 만성통증에 대한 정부 주도 임상 연구는 이르면 2028년 하반기 치료계획 심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정부 주도 임상 연구만이 유일한 경로는 아니다. 연구자가 잘 설계된 연구계획을 마련하고 우수한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줄기세포 치료 대중화 시점은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해외 원정 치료 수요를 국내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 임상 연구를 추진하는 한편 과학적 근거가 확보된 치료는 국가 안전관리 체계 안에서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용해 나갈 계획이다.
-첨단재생의료 치료는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그 부분은 차츰 봐야 한다. 지금은 당연히 비급여로밖에 할 수 없다. 비용도 비싸고 리스크도 큰 치료다. 만약 일반 질환까지 확대돼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국민 건강 증진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다면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할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중대·희귀·난치질환이 중심인 만큼 환자 규모도 제한적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를 보편적으로 적용할 것인지는 또 다른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다. 건강보험에 들어가려면 유효성뿐 아니라 효과성도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도 함께 봐야 한다.
-치료 활성화와 함께 실시기관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의료기관이 치료계획과 시설·인력·장비 기준 등을 갖추면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정만 받아놓고 실제 연구나 치료는 하지 않으면서 이를 광고에 활용하는 기관들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기관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정 후 1년 안에 임상 연구나 치료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려고 한다. 또 3년마다 시설과 인력, 연구 실적, 교육 이수 여부 등을 다시 평가하는 지정갱신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허위·과장 광고도 지속해서 관리할 예정이다. 첨단재생의료 특화 광고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광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정부가 안전성을 보장한 치료인 것처럼 오인하는 사례를 줄이겠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해 첨단재생의료진흥재단과 함께 지속해서 점검하고 법에서 가능한 페널티도 엄격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잘못된 정보가 환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 이후 5년이 지났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목소리와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첨단재생의료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등 기존 규제 체계만으로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안전하게 확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래서 첨단재생바이오법을 제정해 별도의 제도적 경로를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실시기관 지정제도와 안전정보관리시스템 등을 운영하는 등 해외와 비교해도 체계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다만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현장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애로사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심의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는데, 심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연구·치료계획 작성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연구자와 심의제도 간 간극을 좁혀나갈 계획이다. 현장 수요를 바탕으로 제도를 지속해서 정비해 나가겠다.
△1974년생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행정고시 46회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참사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 파견 △의료정보정책과장 △첨단의료지원관
sssunhu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줄기세포 치료는 재생의학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지만, 임상 근거 부족·과장 광고·규제 공백 등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국내외 연구·산업 현황을 짚고, 법·제도 미비와 시장 혼탁 문제를 진단한 뒤, 한국형 재생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