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의대 입시는 숫자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이 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정원보다 11명을 초과 선발한 사실이 알려졌다. 의예과 모집정원은 102명이었으나 실제로는 113명이 선발되었고 교육부는 2028학년도 모집인원을 11명 감축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입학한 학생들의 지위는 인정되었지만 그 부담은 결국 아무 잘못 없는 미래 수험생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되었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행정착오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의과대학 정원은 일반 학과의 숫자와 다르다. 의대 정원은 교수진, 해부학·기초의학 교육, 임상실습 병원, 환자 안전, 전공의 수련, 지역의료 공급까지 연결되는 공적 제도다. 의대 정원을 더하고 빼는 문제는 대학 행정의 편의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 명의 의대생을 선발한다는 것은 훗날 한 명의 의사를 사회에 배출하겠다는 약속이다.
더 큰 문제는 신뢰다. 입시에서 수험생은 대학이 발표한 결과를 믿을 수밖에 없다. 합격자는 합격 통지를 믿고 진로를 결정하고, 불합격자는 불합격 통지를 받아들이며 다음 길을 준비한다. 그런데 대학의 행정착오나 점수 산출 오류가 뒤늦게 드러난다면 어떻게 되는가. 과거 국립대 의대 편입학 전형에서도 면접 점수 산출 오류로 불합격자와 합격자가 뒤바뀐 사례가 있었다. 불합격 통보 후 상당 기간이 지난 뒤에야 "실수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의대 입학전형도 오류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의대 입시는 고도의 전문성과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다. 그러나 재량은 불투명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대처럼 사회적 책임이 큰 전문직 교육기관일수록 평가의 기록성, 보존성, 검증가능성이 더 엄격해야 한다. 특히 국립대학과 국립대학법인 의과대학은 국가의 교육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사립대보다 낮은 기준이 아니라 더 높은 기준의 공공성, 투명성, 설명책임을 보여야 한다.
최근 의대 입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지역인재, 지역의사제, 기회균형, 특수교육대상자, 정원외 전형 등 다양한 제도가 병존한다. 이러한 전형들은 단순히 점수 높은 학생을 뽑는 제도가 아니다. 지역의료를 살리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며,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의료현장에 진입하도록 하기 위한 공익적 장치다. 그렇다면 그 평가 과정은 더욱 투명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배려 전형이나 정원외 전형에서는 대학의 재량이 커질수록 사후 검증 장치가 중요해진다. 지원자가 요구하는 것이 타인의 개인정보나 평가위원의 신원이 아니라, 본인에게 어떤 평가가 이루어졌는지, 모집요강상 평가요소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서류평가와 면접평가가 어떤 방식으로 기록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면 최소한의 범위에서 공개 또는 부분공개가 가능해야 한다. 개인정보와 평가위원 보호는 비식별 처리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자료를 비공개로 묶어 버리면, 지원자는 자신이 공정하게 평가받았는지 확인할 길을 잃는다.
의대 입학전형의 신뢰는 합격자를 보호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불합격자도 공정하게 평가받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의 실수는 합격자에게는 보호 논리로 작동하고, 불합격자에게는 "결과를 받아들이라"는 말로 끝난다면, 입시의 공정성은 절반만 존재하는 셈이다. 의대 입시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의 권위가 아니라 절차의 신뢰다.
교육부도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전국 의과대학의 정원 관리와 입학전형 운영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 단순히 초과 선발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추가합격 절차, 예비순번 관리, 정원외 전형 운영, 평가자료 보존, 지원자 본인 평가자료 공개 기준까지 살펴야 한다. 의대 입시의 오류는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인력 양성체계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문제다.
대학도 달라져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말은 책임을 회피하는 방패가 될 수 없다. 자율성은 투명성과 함께 갈 때 존중받는다. 특히 국립의대는 사회적 배려 전형과 정원외 전형에서 평가기준, 평가자료 보존, 본인 평가정보 제공 원칙을 선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의대 입시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결과 발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순천향의대 사태는 단순한 숫자 오류가 아니다. 의대 입시가 얼마나 촘촘하게 관리되어야 하는지, 대학의 재량이 왜 검증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수험생의 권리가 왜 보호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의사는 사회적 신뢰 위에서 존재한다. 의사를 길러내는 의대 입시 역시 그 신뢰 위에 서 있어야 한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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