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뇌전증과 싸운 50대, 6명에 새 생명 남기고 떠나
폐·간·신장·안구 등 기증…"뇌전증 환자도 생명나눔 가능해"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어릴 때부터 뇌전증을 앓던 5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일 고려대학교구로병원에서 윤명애 씨(54)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와 간, 신장(양측), 안구(양측)를 6명의 환자에게 기증하고 피부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울에서 1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난 윤 씨는 초등학생 때 발작 증상을 보인 뒤 뇌전증 진단을 받고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왔다.
윤 씨는 잦은 발작과 언제 증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혼자 외출하거나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언니의 권유로 문화센터에서 퀼트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를 오랫동안 유일한 취미로 이어왔다.
그러던 지난달 27일 가족과 식사하던 중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평소 고인이 자신처럼 몸이 아픈 사람들을 각별히 걱정했던 만큼 마지막으로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족들에 따르면 윤 씨는 아픈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주변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성품이었다. 어머니가 여러 차례 입원했을 때는 직장생활을 하는 형제들을 대신해 간병을 도맡았고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자신의 일처럼 걱정했다.
맏언니는 "동생이 누군가의 몸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며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먼저 떠난 아버지 곁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하며 지냈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가족들은 뇌전증을 앓았던 고인도 의료진의 판단을 거쳐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생명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 장기기증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한편 올해 누적 뇌사 장기기증자는 지난 13일 기준 24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총 370명이었다.
sssunhu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