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 대신 국내서 치료…정부, 첨단재생의료 문턱 낮춘다
무릎 골관절염·혈액암 등 4개 질환 정부 주도 임상 연구 추진
배양 자가유래 면역세포 저위험 전환…과대광고·안전관리 강화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해외 원정 치료 수요가 높은 무릎 골관절염 등 중대·희귀·난치질환의 국내 치료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임상연구를 추진하는 등 첨단재생의료 제도 전반을 손질한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정책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2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2026~2030년)'을 심의·의결했다. 위원회에서는 기본계획과 함께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사후관리 강화방안'과 '첨단재생의료 규제 합리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첨단재생의료는 세포와 유전자 등을 활용해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거나 질병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기술로 기존 치료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중대·희귀·난치질환의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1차 기본계획을 통해 중앙심의체계와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치료제도를 도입해 지난해 말 기준 57건의 임상연구를 승인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실제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치료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판단 아래 2차 기본계획에서는 △환자 접근성 확대 △과학적 규제 합리화 및 안전관리 강화 △기술·산업 경쟁력 강화 등 3대 전략을 중심으로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치료 성과 창출에 초점을 맞춰 첨단재생의료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해외 원정 치료 수요가 높은 질환을 대상으로 정부가 직접 임상연구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우선 무릎 골관절염과 난치성 만성통증, 혈액암, 재발성 교모세포종 등 4개 질환을 대상으로 다기관 임상연구를 실시한다.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한 뒤 치료계획 심의와 치료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내 치료 실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 수천만~수억 원을 들여 해외 의료기관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이준미 복지부 재생의료정책과장은 전날 열린 사전설명회에서 "해외 줄기세포 치료가 좋다고 해서 고액의 원정 치료를 받으러 갈 때 그 치료가 과학적 근거가 완비됐는지, 안전관리가 완비됐는지 확인되지 않아 위험에 노출됐다"며 "향후에는 국내에서 임상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확인된 치료를 국가의 안전관리 체계 내에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치료 기회가 확대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릎 골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처럼 정부 주도 임상연구 과제의 연구기간은 21개월"이라며 "7월부터 연구가 시작되면 2028년 상반기 연구가 마무리되고 치료계획 심의를 거쳐 이르면 2028년 하반기에는 국내 치료 실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건강보험 적용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연구자가 우수한 세포처리시설을 공동 활용해 임상시료를 제작하고 세포처리 공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금까지는 연구자가 직접 시설을 운영하거나 CDMO 업체에 의뢰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공동 활용 시설을 통해 임상 진입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상에 활용할 수 있는 원료세포 공급체계를 확대하고 중대·희귀·난치질환 중심의 연구개발(R&D)도 확대한다.
환자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승인된 치료와 실시 의료기관, 치료비용 등을 첨단재생의료포털에 공개하고 표준 동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재난적 의료비 등 기존 지원제도를 안내하고 치료 대안이 없는 중증 희귀질환에 대한 공적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는 안전성이 축적된 기술을 중심으로 규제를 합리화하고 심의 효율성도 높이기로 했다. 안전성 근거와 활용 사례가 축적된 배양 자가유래 면역세포는 위험도를 기존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낮춘다. 위험도가 하향 조정되면 별도의 선행 임상연구 없이도 치료계획 심의를 신청할 수 있어 실제 치료까지 걸리는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과장은 "법정 심사기간 자체는 90일로 동일하지만 저위험으로 조정되면 2~3년이 걸리는 선행 임상연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며 "문헌 자료 등을 토대로 곧바로 치료계획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료세포 활용 범위도 넓어진다. 앞으로는 세포처리시설이 제대혈은행 등 국내 다른 기관이 보관 중인 원료세포도 제공받아 연구와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또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와 치료 과정에서 축적된 실사용데이터를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심사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심의체계도 대폭 개편된다. 심의 신청이 2024년 51건에서 지난해 118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약 193건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심의위원을 기존 25명에서 40명으로 확대하고 고위험과 중·저위험 연구·치료계획을 각각 심의하는 분과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심의 사례를 토대로 연말까지 심의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연구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재생의료기관 관리도 강화된다. 현재 재생의료기관은 올해 6월 기준 223곳까지 늘었지만 일부 기관이 지정 사실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실제 연구·치료 참여는 저조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정 후 1년 이내 임상연구 또는 치료계획 제출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지정 취소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또 3년마다 시설과 인력, 연구 실적, 교육 이수 여부 등을 평가하는 지정갱신제도 도입한다. 이를 위한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은 올해 하반기 추진될 예정이다.
첨단재생의료 관련 거짓·과대 광고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정부는 첨단재생의료 특화 광고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광고 기준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내년 3월 광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더불어 병원 내 자체 세포처리와 치료 과정에 대한 현장점검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 과장은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치료계획 승인 누적 150건 이상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또 국내 개발 첨단바이오의약품 5개 이상을 개발하는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치료와 산업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환자가 국내에서 안전하게 치료받을 기회를 확대하고 중대·희귀·난치질환 극복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규제 합리화와 전주기 안전관리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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