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많이 볼수록 더 보상…상급종합병원 평가체계 바꾼다

'중환자실 부하지수' 첫 도입…800억 원 성과지원금 차등 지급
중증·소아환자 진료 실적 반영…내년 전국 관리시스템 구축 착수

지난 2024년 11월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는 모습.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중환자 진료 실적이 우수한 상급종합병원에 더 많은 보상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성과평가 체계를 개편한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중환자실 운영 성과를 평가하는 '중환자실 부하지수'(ICU Activity Index)를 올해 하반기 성과지표로 도입한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2차 연도 성과지원금 약 8000억 원 가운데 800억 원이 중환자실 운영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중환자실은 전문의와 간호사 등 전문 인력과 생명유지 장비를 갖춰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핵심 의료 인프라다.

하지만 기존 보상체계는 전담 전문의 배치나 간호등급 등 시설·인력 기준 중심으로 운영돼 병원별 실제 진료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으로 일반병상은 3792개 줄고 중환자실은 448개 늘었지만 응급환자 미수용 사유로는 여전히 중환자실 부족과 중환자 포화가 지적됐다.

의료계에서는 중환자실은 인력과 장비 투입이 많지만 현행 보상체계가 실제 진료 강도와 자원 소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시설과 인력 중심 평가에서 나아가 실제 중환자 진료 역량을 반영하는 성과지표를 도입하기로 했다.

병상 규모와 인력 기준이 같더라도 중증·고난도 환자 비율에 따라 의료진의 업무량과 자원 소모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이를 보상체계에 반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새롭게 도입되는 중환자실 부하지수는 중환자실 입원 진료량에 인공호흡기, 지속적 신대체요법(CRRT),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 등 중증 환자 진료량과 18세 미만 소아 환자 비율을 가중치로 반영한 뒤 연간 중환자실 병상 수로 나눠 산출한다. 중증 환자와 소아 중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일수록 높은 평가를 받도록 설계됐다.

800억 원 규모의 성과지원금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눠 차등 지급한다.

전체 지원금의 30%인 240억 원은 각 병원의 중환자실 부하지수에 비례해 지급하고, 나머지 560억 원은 부하지수에 따라 A~D등급을 부여한 뒤 등급별 가중치를 적용해 차등 지급한다.

평가는 올해 3~4분기 실적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실제 지원금은 내년 6월 사후 지급될 예정이다. 각 병원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실적을 산출해 별도의 자료 제출 부담도 최소화한다.

복지부는 중환자실 자원 관리체계도 고도화한다. 현재 대한중환자의학회와 함께 상급종합병원 23곳과 종합병원 50곳이 참여하는 '중환자실 관리체계 마련 사업'을 시범 운영하며 중환자실 인력과 장비, 병상 가동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호주의 중환자실 자원정보시스템(CHRIS)을 참고해 개발한 중환자실 부하지수도 이 사업을 통해 마련됐다.

아울러 내년부터 전국 단위 중환자실 진료정보시스템 구축에 착수해 2030년까지 상급종합병원에서 지역 거점 종합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 재난 상황에서도 중환자실 자원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중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는 국가 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중규 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은 "중환자실 부하지수 도입은 가장 위중한 생명을 살려내는 의료진과 병원의 노력에 상응하는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가치 기반 보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앞으로도 중증·응급 환자의 최종 치료 성과에 대한 보상을 확대해 상급종합병원이 의료전달체계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