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패키지'까지…암 환자 유인 '페이백' 병원 12곳 추가 적발

복지부, 한 달간 18곳 수사 의뢰…전국서 제보 50건
현금 환급·건기식 제공·실손보험 악용 등 수법 진화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 이동식 수액 걸이들이 한 곳에 모아져 있다. ⓒ 뉴스1 이승현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비 일부를 돌려주거나 실손보험을 악용해 환자를 유인한 이른바 '페이백'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12곳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정부가 비정상·가짜진료 행정조사반을 출범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수사 의뢰된 의료기관은 모두 18곳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비정상·가짜진료 행정조사반이 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비 환급(페이백)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병·의원 12곳을 경찰에 추가 수사 의뢰했다고 15일 밝혔다.

페이백은 의료기관이 진료비 일부를 환급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로, 의료법상 환자 유인·알선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불법 행위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실손보험 보장 범위를 이용한 페이백은 불필요한 입원과 과잉 비급여 진료를 부추겨 보험재정과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키우는 대표적인 불법 의료행위로 지적된다.

이번 수사 의뢰는 지난 달 18일부터 운영 중인 제보센터에 접수된 내용 가운데 신빙성이 높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난 13일 기준 제보센터에는 50건 이상의 제보가 접수됐다.

수사 의뢰 대상은 요양병원 5곳, 한방병원 6곳, 의원 1곳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2곳, 경상권 5곳, 전라권 5곳으로 전국에 걸쳐 분포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기관들의 환자 유인 수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A병원은 입원 기간에 따라 비급여 패키지를 상품처럼 운영하면서 의료진이 해당 패키지에 맞춰 진료하도록 하고 실손보험 가입 환자에게 법정 본인부담금 상당액을 다시 돌려준 것으로 의심됐다.

B병원은 행정원장 지시 아래 환자에게 페이백 조건을 제시하고 허위·과다 청구를 통해 결제금액의 20~40%를 현금으로 환급하거나 건강기능식품 교환권을 제공한 것으로 제보됐다.

C병원은 실제 결제금액보다 많은 금액으로 영수증을 발급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도록 유도하고, 실제 진료비는 30% 할인해 받거나 입원 환자에게 자유로운 외출·외박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행정조사반은 전국 단위 현장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페이백이나 사무장병원이 의심되는 구체적인 제보가 접수되면 경찰에 즉시 수사를 의뢰해 행정조사와 형사수사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지난주에는 수도권과 경북, 전남, 충북 등 6개 병·의원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했으며 조만간 후속 조치도 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의료법 위반과 별도로 의사 윤리지침 위반이 확인될 경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요양병원협회 등 관련 단체의 전문가 평가를 거쳐 윤리위원회 회부도 추진할 계획이다.

곽순헌 비정상·가짜진료 행정조사반장은 "환자 유인·알선 금지는 의료인의 전문적 판단과 환자의 올바른 치료 선택을 보호하기 위한 의료법의 기본 원칙"이라며 "제보와 현장조사, 수사기관 공조를 긴밀히 연계해 의료법령 위반이 의심되는 행위에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부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페이백 등 비정상·가짜진료 근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부 요양병원과 암 환자 간 페이백 관행을 지적한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명백히 불법인 듯한데 아직도 이런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시정 조치해야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환자의 건강보다 이익을 앞세운 비정상 진료는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비정상·가짜진료는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