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 급여화 시작…병원은 '고용·운영' 더 걱정
시행 이틀째 의료현장 큰 혼란 없어…물리치료사 고용 불안 확산
의료계 "제도 보완 필요"…정부 "현장 모니터링하며 개선 검토"
- 천선휴 기자,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계속 도수치료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 그거예요. 첫날이라 그렇겠지만 좀 지켜봐야죠."
서울에서 정형외과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 A 씨는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 이후 병원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 이틀째를 맞은 의료현장은 우려했던 것처럼 큰 혼란은 없었다. 대부분 의료기관은 기존 진료를 이어가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병원 안에서는 물리치료사 고용과 병원 운영을 둘러싼 고민이 커지는 분위기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부터 도수치료를 건강보험 관리급여 대상으로 편입했다. 관리급여는 실손보험 청구가 집중되는 일부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해 과잉진료를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이번 관리급여 시행으로 도수치료에는 건강보험 수가 4만 3850원이 적용되고 환자는 이 비용의 95%를 부담하게 됐다. 이용 횟수는 주 2회, 연간 최대 15회가 원칙이며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면 최대 24회까지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는 바뀐 제도에 대한 환자들의 문의가 이어졌지만 의료진은 우려했던 수준의 혼란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원장 A 씨는 "환자들에게 제한이 생긴 부분을 설명하는 것으로 정신이 없었다"며 "첫 시행이라 대부분 의료기관은 기존에 하던 대로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B 씨는 "시행이 됐다고 해서 환자를 바로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보니 당장 혼란은 없었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혼란은 크지 않았지만 의료기관의 관심은 이미 병원 운영과 인력 문제로 옮겨갔다. 의료계는 관리급여 시행이 결국 물리치료사들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장 A 씨는 "도수치료 가격이 3분의 1로 떨어졌고 그렇다고 수요가 더 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이미 물리치료사 인원이 한 명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도 인센티브를 손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물리치료사들도 생계가 있으니 서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며 "남아 있는 도수치료 물리치료사와도 서로 눈치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의사 B 씨는 "문제는 물리치료사들의 고용 문제다. 벌써부터 물리치료사를 정리한 곳도 많고 앞으로 정리할 예정인 병원들도 있다. 내가 아는 의원은 이미 절반을 줄였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전문의 C 씨는 "우리 병원은 그렇게 운영하지 않아 괜찮지만 다른 병원들은 물리치료사를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길거리에 나앉는 물리치료사들이 폭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리치료사들의 불안감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가 최근 전국 병·의원 물리치료사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8%가 관리급여 시행으로 생존권에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협회가 분석한 피해 사례에서는 임금 동결·삭감, 인센티브 축소, 권고사직 및 부당해고 등이 잇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최근 출입기자단 설명회에서 이에 대해 "물리치료사협회와 계속 논의해 왔고, 추가로 협의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는 물리치료사 고용 문제와는 별개로 제도 운영 방식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비급여 도수치료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현 제도는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형외과 전문의 C 씨는 "마사지 수준으로 도수치료를 횟수 제한 없이 했던 이른바 '도수공장'은 분명 존재했다. 그런 부분을 잡지 못한 국가도 문제였고 의료계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원래는 자율규제나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해결했어야 할 문제인데 결국 제도 자체를 바꾸면서 선량한 의료기관과 환자들까지 영향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15회, 최대 24회 기준은 통계적으로 마련됐지만 의학은 환자마다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현재 기준으로도 대부분의 환자를 포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 지원관은 "현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대학병원 등을 중심으로 추가 치료 횟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 의학회와 함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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