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관리급여,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누가 빼앗고 있는가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

2026년 7월 1일, 정부는 도수치료를 관리급여 체계에 편입하는 제도를 강행했다. 정부는 이를 비급여 관리와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지만, 의료현장에서 바라보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관리급여는 비급여 관리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본질은 국민의 치료 선택권과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대한 국가 권력의 직접적인 개입이다.

의료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통제하는 행정의 영역이 아니다. 환자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치료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의사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의 치료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이것이 현대 의료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관리급여는 이러한 원칙을 정면으로 뒤흔들고 있다. 정부는 도수치료의 가격을 정하고 치료를 인정받기 위한 조건을 미리 설정했으며 치료 횟수까지 원칙적으로 제한하였다. 환자 개개인의 상태와 질병의 특성, 회복 경과는 모두 다른데도 획일적인 행정 기준으로 치료의 범위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묻고 있는 것은 "이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필요한가"가 아니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는 환자인가"이다. 이는 의료가 아니다. 행정이다.

도수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허리디스크 환자일 수도 있고, 수술 후 재활이 필요한 환자일 수도 있으며, 만성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일 수도 있다. 필요한 치료 횟수는 환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의사의 임상적 판단보다 행정적 기준을 우선시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는 것은 공무원이 아니다. 의사다.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공무원이 아니라 의사다.

그럼에도 정부는 의료현장의 전문적 판단을 신뢰하기보다 규제와 통제를 선택했다. 이는 의료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며, 의료를 숫자와 통계만으로 관리하려는 위험한 발상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정책의 여파가 환자와 의사에게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수치료는 수많은 물리치료사의 전문성과 노동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의료서비스다. 관리급여 시행으로 인해 도수치료 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상당수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는 물론, 현장에서 근무하는 물리치료사들의 고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의료현장에서는 전국적으로 수만 명에 이르는 물리치료사들이 고용 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수치료를 주요 업무로 수행해 온 물리치료사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정부는 비급여를 통제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그 정책으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의료인력의 고용 문제와 지역 의료기관의 경영 현실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를 했는지 묻고 싶다.

환자의 권리가 침해되고, 의사의 전문성이 위축되고, 물리치료사의 일자리가 흔들리는 정책이라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건강보험 재정의 사용 방식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이야기하면서도 관리급여 체계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재정 절감이 목적이라면서 새로운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국민이 묻고 있는 질문은 단순하다. 환자의 치료 선택권은 줄어든다. 의사의 진료 자율성은 축소된다. 물리치료사의 고용은 위협받는다. 건강보험 재정은 추가로 투입된다.

그렇다면 보험회사 이외에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의료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정책이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 할 정책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료현장의 전문성을 위축시키며 의료인력의 생존까지 위협한다면, 그 정책은 근본부터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국민의 건강은 행정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치료의 기준은 정부 문서가 아니라 환자 곁 진료실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관리급여의 강행이 아니라 전면적인 재검토다. 그것이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지키는 길이며, 대한민국 의료의 원칙을 지키는 길이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