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 건보 확대에 분노"…중증환자단체 반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성명서…"표심 자극하는 민생 생색내기"
"건강보험 당장 내년부터 적자…생명 살리는 데 재원 써야"

12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 미용의료기기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6.4.12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검토하자 중증질환 환자단체가 "국민 생명권보다 표심을 앞세운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청년층 민생 대책이라는 명분으로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추진하는 데 대해 깊은 좌절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포퓰리즘식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건강보험의 기본 취지는 예기치 못한 질병과 고액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이라며 "탈모 급여 확대는 건강보험의 근간인 의학적 필수성과 급여 우선순위를 정면으로 흔드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약이 개발돼도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지연돼 수많은 중증 희귀난치질환 환자와 말기 암 환자들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며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치료제 급여화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미루면서 생명에 직접적인 지장이 없는 질환에 건강보험 재정을 우선 투입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처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연합회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은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살리는 곳'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며 "중증 환자들의 생명줄을 외면한 채 진행되는 탈모 치료 급여화 논의는 건보 재정 악화를 가속화하고 정작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합회는 정부에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화 추진 중단 △중증·희귀난치성 질환 신약 급여 등재 우선 추진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등을 요구하며 "정부가 국민 생명권을 외면한 채 정책을 강행할 경우 중증질환 환자들과 연대해 강력한 저항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 검토를 하반기 주요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청년층 탈모가 건강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건강보험은 중증질환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며 "다음 달 국민 200명이 참여하는 '모두의 토론회'를 통해 탈모 치료 급여화 필요성과 방식에 대해 폭넓게 논의한 뒤 정책 검토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검토 배경에는 탈모를 단순 미용 문제가 아닌 건강 문제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최근 탈모가 미용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며 급여 적용 검토를 주문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에도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현재 탈모 가운데 원형탈모(L63)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다. 스트레스 등 의학적 원인에 따른 질환으로 분류돼 본인부담률 30%가 적용된다. 반면 안드로겐성 탈모(L64), 비흉터성 탈모(L65), 흉터성 탈모(L66)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정 장관은 "탈모가 청년 건강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탈모 역시 청년에게는 중증 질환이라는 의견도 있었다"며 "건강보험 적용 시 재정 소요에 대한 실무 검토를 진행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급여 적용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최대 탈모 커뮤니티 '대다모'가 지난해 회원 8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4%가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에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반대 의견은 16%에 그쳤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