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도 안 알렸어요"…30대女, 사망보험금 기부

전신마취 수술 앞두고 결심…사랑의열매 최연소 유산기부자 탄생

사랑의열매 최연소 유산기부자인 A씨가 유산기부 서약서에 기부 자산으로 사망보험금을 기재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전신마취 수술을 앞둔 30대 초반 여성이 자신이 가입한 생명보험의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사랑의열매로 지정하며 미래의 유산을 기부하기로 했다. 가족과 지인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내린 결정으로 그는 사랑의열매 유산기부자 모임 '레거시 클럽'(Legacy Club)의 최연소 회원이 됐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초반 여성 A 씨가 사망보험금 유산기부를 약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사랑의열매에 따르면 A 씨는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이번 약정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어서 한 기부는 아니다"라며 "다만 유산기부라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유산기부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유산은 결국 내가 사용할 수 없는 돈"이라며 "그 돈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분들이 누리는 것이 가장 올바른 쓰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성인이 된 이후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집 보증금까지 스스로 마련해 왔다. 서비스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학업과 생계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이나 질병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했다.

A 씨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말 힘든 상황에서도 버텨내는 분들을 많이 봤다"며 "그런 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A 씨는 20대 초반부터 유산기부를 생각해 왔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을 앞두게 되면서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두고 있던 유산기부를 수술을 계기로 실행하게 됐다"며 "관련 절차를 모두 마친 뒤에는 '이제 다 했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A 씨가 유산 중에서도 사망보험금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이 보유한 자산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직접 사용할 수 없는 돈이기도 했다"며 "매달 소액 기부를 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저에게는 사망보험금 유산기부가 기부의 1순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유산기부를 부자들만 하는 기부라고 생각하지만 평범한 사람들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나눔"이라며 "당장 큰돈이 없어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기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약정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A 씨는 보험사에 사망보험금 기부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사례가 많지 않아 관련 절차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사랑의열매를 통해 약정을 진행한 그는 "유산기부를 결심한 사람들의 뜻이 최대한 존중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도 함께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기회일 수 있다"며 "열정은 많지만 상황이 어려운 분들, 몸이 아프고 경제적으로 힘든 분들에게 기부금이 우선적으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설립된 법정 모금·배분 기관으로, 전국 17개 시·도 지회를 통해 모금된 성금을 지역 복지사업 등에 지원하고 있다.

또한 유산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2013년 국내 최초의 유산기부자 모임인 '레거시 클럽'을 출범시켜 운영 중이다. 부동산과 현금, 보험금, 유가증권 등 다양한 자산을 기부할 수 있으며 관련 법률·행정 절차도 지원하고 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