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왜 가려운지 몰랐어요"…원인 '진단' 난치성가려움증센터 [K-메디컬리포트]
전신질환부터 약물 부작용까지…6주 넘는 가려움, 그냥 넘기지 말아야
국내 첫 다학제 센터 개소…김혜원 센터장 "원인 규명해 맞춤 치료해야"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10년 가까이 전신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환자가 있었다. 피부가 가렵고 반복적으로 긁는 증상이 이어졌지만 전형적인 아토피피부염으로 보이지 않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오랜 기간 치료를 이어오던 이 환자는 정밀 평가를 통해 노인성 아토피피부염과 결절성양진으로 진단받았고, 아토피피부염 신약인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시작한 뒤 가려움증과 피부염이 크게 호전됐다. 정확한 진단이 늦어지면서 환자는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반복적인 치료와 가려움증을 감내해야 했다.
가려움증은 누구나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그러나 6주 이상 지속되거나 기존 치료에도 낫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피부질환뿐 아니라 신장·간 질환, 갑상선질환, 신경계 질환, 약물 부작용 등 다양한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와 함께 노인성 가려움증, 신경병증성 가려움증, 만성질환과 연관된 가려움증 환자가 늘면서 보다 정밀한 진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환자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진료하기 위해 최근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은 피부과를 중심으로 신경과·이비인후과·산부인과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 난치성가려움증센터를 개소했다. 김혜원 센터장에게 난치성 가려움증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와 놓쳐서는 안 될 위험 신호, 최신 치료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난치성 가려움증 환자가 늘고 있다는데.
▶가려움증은 피부과 외래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증상 중 하나지만 원인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피부질환뿐 아니라 만성 신장질환, 갑상선질환 같은 전신질환이나 신경계 이상, 약물 부작용 등도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성 가려움증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또 암 치료 이후 발생하는 가려움증이나 피부 병변은 거의 없는데 극심한 가려움만 호소하는 신경병증성 가려움증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이런 환자들이 오랫동안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가려움증을 단순 피부 문제로 생각하고 증상 완화에만 집중하다 보니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제는 가려움증 자체보다 '왜 가려운가'를 찾는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 피부 가려움과 난치성 가려움증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
▶일반적인 가려움증은 피부염이나 알레르기처럼 비교적 원인이 명확하고 적절한 치료에 잘 반응한다. 반면 난치성 가려움증은 수주에서 수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기존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6주 이상 가려움이 이어지거나 수면을 방해할 정도로 증상이 심한 경우, 피부 병변은 거의 없는데 온몸이 가려운 경우에는 단순 피부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체중 감소, 야간 발한, 빈혈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면 더 적극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실제로 혈액질환이나 전신질환이 가려움증으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들이 '가려운 건 원래 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래 지속되는 가려움은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난치성가려움증센터가 일반 피부과 진료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가려움증은 피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센터에서는 피부과를 중심으로 신경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등 여러 진료과와 협력해 환자를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경병증성 가려움증은 신경계 이상 여부를 함께 살펴야 하고, 외음부 가려움증이나 특정 부위의 만성 가려움증은 해당 분야 전문의의 평가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첩포검사나 피부 장벽 검사 등을 활용해 생활 속 원인을 찾고 있다. 첩포검사는 알레르기가 의심되는 물질을 피부에 붙인 뒤 반응을 확인하는 검사로 혈액검사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접촉성 알레르기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환자들이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샴푸, 염색약, 향료, 금속 액세서리 등이 원인인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특히 오랫동안 사용한 제품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접촉 알레르기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센터를 찾은 60대 여성 환자는 30년 넘게 등 부위 가려움증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첩포검사 결과 염색약 성분인 PPD(파라페닐렌디아민) 알레르기가 확인됐고 머리를 감는 과정에서 해당 성분이 반복적으로 피부에 닿으면서 만성 가려움증을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염색을 중단하고 원인 물질을 차단한 뒤 증상이 호전됐다.
결국 센터의 목표는 단순히 가려움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규명하고 환자별 맞춤 치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치료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다.
▶과거에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가 사실상 치료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려움증이 발생하는 면역·신경 경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치료 패러다임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토피피부염에서는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가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또 신경병증성 가려움증에서는 신경 전달 경로를 조절하는 약물을 활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진료한 환자 중에는 노인성 아토피피부염과 결절성양진이 있었지만 전형적인 아토피피부염으로 보이지 않아 진단이 늦어졌고, 10년 가까이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아온 경우도 있었다. 이후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 뒤 가려움증과 피부염이 크게 호전됐다. 이 사례는 정확한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제는 단순히 염증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가려움 자체를 표적으로 하는 정밀 치료 시대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원래 피부가 건조해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하며 가려움을 참고 지낸다. 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가려움은 전신질환이나 치료가 필요한 피부질환의 첫 신호일 수 있다. 가려움 때문에 잠을 못 자거나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혼자 견디지 말고 전문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가려움은 참아야 하는 증상이 아니라 치료받아야 하는 질환이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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