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봉 잡은 파킨슨 환자의 기적…'꿈의 치료' 임상 어디까지 왔나
[줄기세포 연간기획]③日 조건부 승인·국내 Cell 임상 성과
전문가들 "운동 기능 회복 가능성 확인…완치 기대는 아직"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손발이 굳어 무대를 떠나야 했던 음악가가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거동이 불편해 외출을 포기했던 이들이 일상의 활력을 되찾아 이웃과 축제를 즐기기도 한다.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퇴행성 뇌질환 환자들의 이 같은 삶의 변화는 최근 국내 재생의학계가 거둔 실제 임상 성과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0월,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팀은 20년 넘게 축적해 온 배아줄기세포 기반 기술로 난치성 파킨슨병 환자 대상의 임상 1/2a상 연구 결과를 세계 최고 권위지 '셀(Cell)'에 게재하며 근본 치료의 길을 열었다. 이는 부족한 신경전달물질을 약으로 보충해 증상을 늦추는 데 머물렀던 기존의 치료 패러다임을 넘어선 성과다. 소실된 세포 자체를 정상 세포로 대체하는 근본적인 신경회로 복원이 실제 환자의 몸속에서 증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연구를 이끈 김 교수를 비롯해 의료 현장의 석학들은 초기 임상의 고무적인 성과와 별개로 대중의 지나친 낙관론과 시장의 상업적 과장 마케팅에 대해 냉정한 경고를 동시에 내놓는다. 장기적인 안전성 입증과 대규모 대조군을 통한 통계적 유효성 검증 등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국내 뇌신경계 치료 및 세포 연구 최전선에 있는 핵심 연구진의 인터뷰를 통해 질환별 임상 연구의 현주소와 기술적 한계, 그리고 대한민국 재생의학의 생존 전략을 심층 진단했다.
현재 파킨슨병 줄기세포 치료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임상 1, 2상 결과를 성공적으로 도출하고 후기 임상 단계로 진입하는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했다.
가장 앞서 나간 곳은 일본이다. 준 다카하시 일본 교토대 교수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해 진행한 1/2상 임상시험 결과에서 기존 파킨슨약을 변경하지 않고도 환자들의 운동 증상이 개선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일본 정부는 세계 최초로 조건부 기간 한정 상용화 치료제 허가를 내주며 화제를 모았다.
김동욱 교수의 '셀'지 게재 성과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12명의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 유래 도파민 세포를 이식한 후 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중대한 안전성 문제 없이 행동 회복 가능성이 확인됐다.
김 교수는 "뇌 영상(PET) 검사를 통해 후방 조가비핵 부위의 도파민 수송체 신호가 뚜렷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환자가 느끼는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를 배제하고, 이식된 도파민 세포가 실제 환자 뇌 안에서 생착해 활성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객관적 지표"라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처럼 줄기세포 이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소실된 세포를 되돌리지 못하고 증상 완화에만 머물렀던 도파민 약물 복용이나 뇌심부자극술(DBS) 등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뛰어넘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이식은 죽어버린 도파민 분비 세포 자체를 채워 넣어 손상된 도파민 신경계 회로를 복원하려는 근본적 접근이다. 약물치료는 장기 복용 시 내성이 생기고 이상운동증 같은 부작용이 따르지만, 줄기세포가 안착하면 몸이 스스로 도파민을 분비하게 된다.
장경원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도파민 줄기세포 이식은 보행장애, 경직, 떨림 등 환자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저하시키는 운동 증상을 크게 돕는다"며 "증상 개선으로 약물 복용량까지 줄일 수 있다면 약물 장기 내성과 부작용을 줄이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슴에 기계(배터리)를 심어야 해 피부 감염 위험이 있는 DBS와 달리, 몸 안에 기계 장치가 남지 않아 물리적 이질감이 덜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한계도 명확하다. 우선 수술적 위험성이 만만치 않다. 기존 DBS는 범위가 좁은 시상하핵(STN)의 운동영역을 정밀하게 겨냥해야 해 이식 난도가 높은 반면, 줄기세포 이식은 타깃인 조가비핵(Putamen)의 범위가 넓어 세포 주입 자체는 비교적 용이하다. 문제는 줄기세포를 이 넓은 영역에 균등하게 안착시키려면 뇌의 다양한 세부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장 교수는 "DBS와 줄기세포 모두 좌우 1개씩 총 2개의 주된 경로를 만들지만 DBS에 비해 줄기세포 이식은 연구 설계에 따라 세부 이식 경로를 더 만들 수 있다"며 "확률적으로 뇌에 경로를 만들 때마다 인접 혈관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로가 많아지는 것에 따른 수술적 리스크가 동반된다"고 지적했다.
파킨슨병의 복잡한 원인 자체도 걸림돌이다. 전상용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순수 도파민 세포 소멸 외에도 변형 단백질(알파시누클레인)의 축적, 세포 주변의 염증성 환경 등이 복합 작용한다"며 "단순히 줄기세포 이식으로 도파민 분비를 재건한다 해도 자율신경계 이상이나 인지장애 같은 비운동성 증상까지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뇌신경 재생의 연장선상에서 척수손상 환자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도 진행 중이지만 학계는 파킨슨병에 비해 기술적 난도가 훨씬 높다고 분석한다. 파킨슨병은 세포가 소실되는 핵심 표적이 비교적 명확한 반면 척수손상은 감각·운동·자율신경 기능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이를 컴퓨터 구조에 비유했다. "파킨슨병이 특정 부품의 기능 부전이라면 척수손상은 CPU(뇌)와 모니터(팔다리)는 멀쩡한데 이를 연결하는 '케이블(축삭)'이 완전히 끊어지고 손상 부위가 딱딱한 흉터 조직으로 변해버린 상태"라는 것이다.
장 교수 역시 "파킨슨병은 기존 신경 회로가 물리적으로 절단된 것은 아니기에 화학물질 분비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척수손상은 파괴된 신경을 재생해 다시 이어붙여야 하므로 난도가 훨씬 높다"며 "설령 손상된 신경 회로가 재생된다 하더라도 환자가 다리를 움직이게 하려면 혹독한 재활치료와 추가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만성 척수손상의 경우 아직 줄기세포 단독 효과가 미미하며 로봇이나 전기자극을 결합한 복합 치료 연구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줄기세포라는 단어가 주는 혁신성 때문에 의료 시장에서의 '낙관론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깊다. 전문가들은 시중의 화장품부터 해외 원정 시술까지 무분별하게 혼용되는 용어의 정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줄기세포의 유래와 분화 단계, 이식 후 실제 세포 생존 여부에 따라 치료 효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아줄기세포 유래 세포는 순수한 도파민 세포 분화가 가능하지만 이식 후 1년 정도 면역억제제 사용이 필요하다. 일본 등에서 활용하는 자가 유래 세포(iPSC)는 면역 거부 반응은 적지만 이미 노화된 세포를 재분화한 것이기에 장기 생존율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장 교수는 "지나친 대중적 열광과 과장은 결국 브로커를 통한 해외 미검증 시술 유도를 불러일으키기 쉽다"며 "불완전한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실망은 엄격한 절차를 밟고 있는 정당한 임상연구 전체에 역효과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전 교수 역시 "상업적 목적으로 통계적 검증이 안 된 단순 증례 수준의 환자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거나, 단지 '몸에 해롭지 않다'는 수준의 결과만 가지고 과도한 경비를 요구하는 행태를 소비자가 명확히 분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줄기세포 치료가 정식 표준 치료로 안착하기 위해 남은 공통 핵심 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장기 안전성과 유효성 확증'이다. 따라서 이제 남은 것은 대조군(위약군)과의 비교를 통해 확고한 통계적 우위를 증명해내는 대규모 후기 임상의 산을 넘는 일이다.
장 교수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첫째도 환자 둘째도 환자 마지막도 환자"라며 "세포 분화기술의 발전, 진단, 영상·수술 기술의 발전 등으로 다시 줄기세포 연구가 떠오르고 있지만 안전성이 확보돼야만 주 치료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 교수는 한국 재생의학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가 차원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전 교수는 "중국, 미국 등 거대 자본을 가진 국가와 제한된 인력으로 경쟁해야 하는 한국 시장의 특성상 주요 연구자들을 한데 뭉치게 하고 해외 자본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가 작동해야 한다"며 "전문지식과 공익적 공정성을 갖춘 리더를 선발해 국가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지 않는다면 추진력을 잃고 뒤처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 또한 "줄기세포 치료가 난치병 환자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치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화려한 기대를 앞세우기보다 연구실과 임상의, 기업, 규제 기관이 끝까지 협력해 안전성과 재현성, 장기 효과를 끈기 있게 검증해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줄기세포 치료는 재생의학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지만, 임상 근거 부족·과장 광고·규제 공백 등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국내외 연구·산업 현황을 짚고, 법·제도 미비와 시장 혼탁 문제를 진단한 뒤, 한국형 재생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