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유전자치료연구센터장 "5년 내 유전자치료제 플랫폼 국산화"
이지훈 삼성서울병원 유전자치료연구센터장 인터뷰
"G-CROWN 사업 순항…희귀·난치질환 치료제 자급화 플랫폼 개발"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희귀·난치질환 진단율이 올라가 기뻤던 것도 잠시, 약이 없어 환자를 고치지 못하자 마음에 빚이 늘어갔습니다. 치료제를 직접 개발하는 G-CROWN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22일 만난 이지훈 삼성서울병원 유전자치료연구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국내 최초 '희귀·난치 질환 첨단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개방형 플랫폼 구축 사업(G-CROWN 플랫폼)'이 시작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희귀질환은 약 8500종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이 가운데 치료제가 있는 경우는 5%도 못 미친다. 일부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비용은 또 다른 장벽이다.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인 졸겐스마(Zolgensma)는 1회 투여에 약 20억 원에 달하고, 유지 치료가 필요한 다른 약제 역시 연간 수억 원의 비용이 든다. 환자 본인 부담도 크지만 일정 수준 이상은 건강보험 재정이 떠안는다.
문제는 주요 유전자치료제가 대부분 해외에서 개발돼 국내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수입하는 치료제가 늘어날수록 개인도 국가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은 유전자치료제 개발 전 과정을 통합한 'G-CROWN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으로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22년 시작돼 오는 2030년까지 총 388억 원이 투입되는 중장기 사업으로, 병원·대학·기업이 함께 협력해 진행한다.
G-CROWN 플랫폼의 핵심은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기초연구, 비임상, 임상시험, 사업화가 각각 분절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를 환자 데이터 기반으로 통합했다.
특히 병원이 중심에 있는 게 특징이다. 국내 병원이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직접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환자 데이터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제 개발 방향을 설정하고 임상시험 설계까지 직접 관여한다.
이 센터장은 "유전자치료제 개발에는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고 실제 환자에서의 반응을 예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병원은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체계화된 데이터베이스와 경험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환자 유래 세포를 활용해 질환 모델을 만들고 이 단계에서 치료 후보물질의 효과를 사전에 검증한다. 이후 동물실험과 임상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그는 "환자 세포 기반 모델에서 효과를 먼저 확인하면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플랫폼은 이러한 검증 과정을 체계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병원 중심 플랫폼의 강점은 임상시험 단계에서도 두드러진다. 희귀질환 임상은 환자 수가 적어 대상자 모집 자체가 어렵고 임상 설계 경험 부족으로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삼성서울병원은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임상 코호트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어 초기 임상시험 대상자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임상시험 설계를 지원하는 A-CRO팀과 전문 의료진이 참여해 임상 프로토콜 수립부터 수행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플랫폼 구축과 동시에 실제 치료제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연구팀은 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듀센근디스트로피를 대상으로 근육 조직 전반에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AAV(아데노연관바이러스) 벡터를 확보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유전자 선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환자 유래 근육세포 모델에서 효과를 검증한 뒤 동물실험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유전성 망막질환 분야는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망막에 특화된 벡터를 자체 개발했으며 현재 치료 후보물질을 동물실험 단계에서 평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2028년 전후로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랫폼이 안정화될수록 치료제 개발에 걸리는 시간도 점차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치료제는 최근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실패율과 기술적 난도를 안고 있다. 유전자 전달 효율 문제, 고용량 투여 시 간독성, 면역 반응 등으로 글로벌 제약사조차 일부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 센터장은 "글로벌 실패 사례를 보면 낮은 전달 효율과 면역 반응이 주된 문제였다"며 "플랫폼에서는 이러한 요인을 사전에 분석·검증하고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간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 간을 우회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면역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같이 사용하는 방법 등을 고안하고 있다.
다만 하나의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수백억 원이 필요한 만큼 치료제 국산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원 확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번 플랫폼 구축은 단순한 연구개발을 넘어 국내 희귀질환 치료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해외 치료제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산업 경쟁력까지 확보하는 전략이다.
이 센터장은 "그동안은 해외에서 개발된 치료제를 도입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우리가 직접 개발하고 환자에게 적용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G-CROWN 플랫폼은 이렇게 개발된 유전자 치료제를 사업화해 이익을 거두고 이를 다시 다른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끝으로 그는 "오는 2030년까지 적어도 3가지 이상의 생체내 유전자치료제와 5가지의 생체외 유전자치료제를 만들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만들지 못하는 희귀·난치질환 치료제를 개발해 우리나라의 환자가 가장 먼저 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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