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조용히 망가지는 심장…만성질환 관리가 '핵심'"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교수 "식·수면습관,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
고령층, 숨찰 경우 대동맥판막 협착증 가능성…증상 넘기지 말아야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심장질환은 흔히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멀쩡하던 사람이 느닷없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별다른 전조 증상 없이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심장질환이 하루아침에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오랜 기간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만성질환 관리 소홀이 누적되며 심장에 부담을 주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심혈관 질환' 잘못된 생활습관과 만성질환 관리 소홀이 누적된 결과

협심증과 심근경색, 심부전은 대표적인 심장질환으로 꼽힌다. 이들 질환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숨이 조금 차거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을 단순한 노화나 컨디션 문제로 넘기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심장은 언제부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장기육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대한심혈관중재학회 차기 회장)와 심장질환의 위험 신호부터 생활 속 관리법, 고령층이 특히 주의해야 할 증상을 알아본다.

심장질환은 형태에 따라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부정맥 등으로 나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같은 관상동맥질환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발생한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나 호흡곤란, 식은땀이 동반될 수 있다. 심부전은 심장이 충분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하는 상태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다리가 붓는 증상이 특징이다.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면서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증,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 교수는 "협심증·심근경색 등 주요 심혈관 질환의 상당수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여도, 대부분은 잘못된 생활습관과 만성질환 관리 소홀이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라며 "모든 건강 관리가 그렇듯, 심장 건강 역시 단기간의 노력이 아닌 꾸준한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덜 짜고 덜 기름진 건강한 식사와 규칙적인 수면·운동 '기본'

먼저 식습관 관리다. 짜고 기름진 음식,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은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악화시켜 혈관 노화를 앞당긴다. 국과 찌개 국물, 젓갈, 소스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생선, 통곡물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고 올리브유나 견과류처럼 불포화지방을 적절히 활용하는 게 예방이 도움 된다.

잘 먹는 것만큼 잘 자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 부족이나 불규칙한 수면은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활성화해 혈압과 심박수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부정맥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키운다. 성인은 하루 6~8시간의 규칙적인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늦은 밤 스마트폰 사용이나 과도한 음주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장 교수는 "잠은 시간보다 리듬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관리는 심장 건강의 핵심이다. 증상이 약하거나 없다는 이유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들 질환은 조용히 혈관을 손상하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목표 범위 내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운동은 심장을 자연스럽게 단련하는 방법이다. 숨이 약간 차고 땀이 나는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한 번에 30분 이상 실천하는 것이 권장된다.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 수영처럼 일상에서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다만 기존에 심장질환이 있거나 오랜 기간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전문의 상담 후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만성질환 관리 '핵심'…증상·가족력 있을 시 정기검진

여기에 스트레스 관리와 금연·절주도 빼놓을 수 없다. 만성 스트레스는 혈압 상승과 염증 반응을 유발해 심장에 부담을 준다.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생활,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아무런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그 배경에는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된 죽상동맥경화가 있을 수 있다.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병·고혈압 등 대사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통해 동맥경화 진행 정도를 확인해 보는 게 필요하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숨이 차는 증상을 단순한 노화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이는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 판막이 좁아지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일 가능성도 있다. 판막이 좁아지면 혈액 배출이 어려워지고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면서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이 나타난다. 증상이 시작된 이후에는 예후가 급격히 나빠지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장 교수는 "심장질환을 한 번 겪은 뒤에는 증상이 호전됐더라도 처방받은 약을 규칙적으로 먹고,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재발과 합병증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