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최소 배치기준안 첫 공개…'2028년 7.2명' 단계적 하향

조성현 서울대간호대 교수 제시 "권고 아닌 법적 하한선으로 규정"
3교대 고려한 '배치상수 4.8' 도입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기관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 마련 토론회.(대한간호협회 제공). 2025.12.30/뉴스1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환자 안전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기관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이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1962년 제정 이후 60여년간 실효성 논란이 이어져 온 간호사 배치 기준이 환자 중증도와 병동 특성을 반영한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전면 재설계되면서 의료 현장에 변화가 예고된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3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기관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 마련 토론회'를 열고, 병원급 의료기관 간호사 배치기준 마련 TF 위원인 조성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가 마련한 '의료기관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TF안의 핵심은 간호사 배치 기준을 기존의 권고 기준이 아닌 모든 의료기관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적 하한선'으로 명확히 규정한 데 있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은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통해 간호사 확보 수준에 따라 입원료를 가산·감산하고 있다. 하지만 확보 인력의 최소 기준이 없어 인력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에서도 입원료를 지불하게 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조성현 교수는 "현행 제도는 간호사와 환자 모두를 위험에 노출하고 있다"며 "환자가 지불하는 입원료와 실제 제공되는 간호 수준 간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인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F안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성인 일반병동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오는 2027년 8.4명, 2028년 7.2명으로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된다.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 등은 병동 특성과 환자 중증도를 반영해 기준을 세분화했으며, 특히 응급실은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 단계별로 최소 배치기준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또한 TF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병동의 특성을 반영해 '배치상수 4.8'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환자 곁에 간호사 1명이 24시간 상주하기 위해 실제로 최소 4.8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휴무와 3교대 근무를 고려한 현실적인 산출 방식이다.

조 교수는 "인력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간호사의 소진과 이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최소 배치기준의 법제화와 함께 간호관리료 제도 개선, 지역 간 임금 격차 해소가 패키지로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남인순·서영석·서미화 의원은 "선진국에서 간호사 1명이 4~5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16명을 감당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끝내야 한다"며 "단순한 수치 조정을 넘어 업무량 기반의 배치 기준을 간호법에 명시해야 숙련된 인력이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미애·김예지 의원 역시 "60년 된 낡은 산식에서 벗어나 환자 인권을 반영한 기준의 법제화가 시급하다"면서도 "지역 간 의료 격차와 중소병원의 인력 양극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세심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하태길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요양병원과 중소병원의 간호사 배치 기준은 의료의 질과 간호사 처우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간호법 제29조에 명시된 정책 수립 의무를 바탕으로 신중하면서도 책임 있는 검토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날 오후에는 '간호·요양·돌봄 통합체계 구축을 위한 요양병원 혁신 및 간병 급여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간병 급여화가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 서비스의 질적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토론회에서 공인식 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은 "정부는 중증·복합질환 장기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간병인 1:4 배치 및 3교대 근무를 기본으로 한 급여화를 추진 중"이라며 "간병 인력의 질 관리를 위해 교육전담간호사 비용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장 의견을 수렴해 2026년 하반기 본 사업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