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소방병원 시범진료 시작…"서울대병원 의료시스템 그대로 가져왔다"
서울대병원 위탁 운영…내년 6월 정식 개원
중증·응급 필수의료 담당하는 지역 거점 병원 역할도 수행
- 조유리 기자
(음성=뉴스1) 조유리 기자
"군인이나 경찰을 위한 병원은 있었는데 소방관을 위한 병원은 최초예요. 업무상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동료들이 소방병원에서 건강검진도 받고 치료를 많이 받았으면 합니다."
24일 국립소방병원(소방병원)이 시범진료를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2018년 부지를 선정한 이후 7년 만이다.
소방병원은 화재·구조·구급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온 소방공무원의 직무 특성을 고려한 의료서비스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소방청이 설립하고 서울대병원이 병원 운영 전반을 위탁받아 운영한다. 총 302병상,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약 3만 9000㎡ 규모다.
정식 개원은 내년 6월이며, 이날 재활의학과를 시작으로 29일부터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과를 중심으로 19개 과를 단계적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시범진료 기간에는 설립 취지에 따라 소방공무원과 그 가족 등을 우선 대상으로 한다. 내년 3월부터는 지역주민도 진료받을 수 있다. 소방·경찰공무원은 본인부담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날 소방병원 개원 후 첫 번째 환자인 소방관 김홍걸 씨(52)는 전인표 재활의학과 교수에게 진료받았다. 김 씨는 지난 2022년 1월 음성군 야산에서 탈출한 소를 포획하던 중 약 4m 아래 절벽으로 추락해 얼굴과 무릎, 골반 등 전신에 다발성 골절상을 입었다. 무릎뼈가 밖으로 튀어나오고 얼굴 뼈가 부러져 큰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아야 했다. 상태가 많이 호전됐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통증과 트라우마가 계속돼 치료받고 있다.
전 교수는 그간의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김 씨의 현재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진료를 받고 온 김 씨는 기자들에게 "지금도 골반 대퇴골 쪽이 아파서 동네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며 "소방관을 위한 병원이 생겨서 와보니 재활의학과 교수님이 전문적이시고 정말 친절하셔서 앞으로 소방병원에 계속 다니려고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3월에는 정신건강센터가 생긴다고 해서 진료를 받을 계획인데 업무상 위험이 크고, 스트레스가 많은 소방, 경찰 공무원들이 많이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소방병원은 소방공무원의 직무 특성을 고려한 4개의 특성화 센터를 운영한다. △화상센터 △통합재활센터 △정신건강센터 △건강증진센터다. 화상센터에서 화상 집중 치료를 제공해 생존율을 개선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한다. 통합재활센터에서는 화상을 포함해 호흡기, 근골격계 재활을 초기에 실시한다. 정신건강센터에서는 PTSD 등 정신적 트라우마와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필요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소방공무원 특수건강검진을 시행해 임상진료 연계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이번 시범진료의 목적은 검증이다. 곽영호 소방병원장은 "정식 개원을 앞두고 시범 진료를 통해 저희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인 '환자 안전'과, '의료 질 관리'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는지 검증해 보고자 했다"며 "서울대병원의 우수한 시스템과 인력을 이식해서 시설과 장비, 인력 심지어 전산 프로그램과 진료 프로세스 하나하나까지 서울대병원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대 특성화센터와 소방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소방병원은, 서울대병원의 시스템을 가져와 질병 예방부터 치료, 재활, 회복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응급 상황뿐 아니라, 감염병과 재난 상황에 대비한 의료 대응 역량도 갖춘다. 고압산소치료 시설과 헬리패드를 구축해 화상·가스중독 치료와 재난·응급 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소방병원은 충북 중부권의 중증·응급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지역 거점 병원 역할도 수행한다. 충북은 치료가 늦어져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치료 가능 사망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오명이 있었다. 특히 중부권(음성·진천·증평·괴산)에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병원을 찾아보기 어려워, 타지역으로의 의료 전출률이 높은 실정이었다. 소방병원이 들어서며 앞으로는 높은 수준의 의료 혜택을 지역 내에서도 받을 수 있게 돼, 의료 공백을 줄이고 주민들의 편의와 복지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날 열린 현판식에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서울대병원이 국립 소방병원의 수탁 운영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그간 축적된 진료 경험과 연구 역량 그리고 공공 의료 운영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립 소방병원이 소방에 특화된 진료와 의학 연구의 중심이 되고 충북 중부 지역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의료의 거점 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국립소방병원의 건립 의미는 국민을 지키는 소방관을 국가가 지킨다는 국가 약속의 실현"이라며 "국립소방병원 건립을 계기로 소방청은 소방공무원의 신체 정신 건강 관리를 강화하고 국가 책임 진료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들의 오랜 염원이 이뤄진 날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울음 섞인 축사를 전하기도 했다. 경찰로 36년간 일해 온 이 의원은 "경찰병원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고 있는데, 국가는 소방공무원을 위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소방병원이 개원해 감사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화상 환자를 위한 피부 재생 기술을 갖추기 위해 R&D센터를 아직 짓지 못했는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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