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S 변이 폐암 항암제 내성 원인 규명…천연물로 차단 가능성"
국립암센터 연구팀, 시스플라틴·페메트렉시드 병용 시 암세포 사멸 촉진 확인
세포·동물실험서 종양 부담 감소·생존 기간 연장 효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KRAS(Kirsten rat sarcoma viral oncogene homolog) 돌연변이를 가진 폐암에서 항암제가 잘 듣지 않게 만드는 핵심 신호 전달 경로가 규명됐다. 연구진은 이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천연물 유래 후보 물질도 함께 발굴해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국립암센터는 연구소 치료내성연구과 신동훈 교수 연구팀이 KRAS 돌연변이 폐암에서 항암제 내성을 강화하는 '양성 피드백' 신호 전달 경로를 확인하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SIRT1 표적 천연물 후보 물질을 발굴했다고 15일 밝혔다.
KRAS는 세포 성장과 생존을 조절하는 신호 전달 유전자로, 쥐 사르코마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온코진의 인간 상동 유전자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세포 증식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돼 폐암을 비롯한 여러 암의 발생과 약제 내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소세포폐암에서 KRAS 돌연변이는 흔히 발견되며, 기존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률이 낮고 예후가 불량한 경우가 많다. 그동안 KRAS 단백질 자체를 직접 억제하거나 하위 신호 경로를 차단하는 치료 전략이 시도됐으나, 약제 내성과 부작용으로 임상적 효과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KRAS 자체를 직접 겨냥하기보다 KRAS가 의존하는 신호 전달 체계를 차단해 항암제 감수성을 높이는 전략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세포의 노화와 에너지 대사, 스트레스 반응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인 SIRT1의 활성이 KRAS 돌연변이 폐암에서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을 확인하고, 기능을 분석했다. SIRT1은 일부 암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될 경우 암세포 생존과 항암제 내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석 결과 KRAS 돌연변이는 TGF-β1–Smad2/3 JNK1–SIRT1으로 이어지는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GF-β1은 세포 성장과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신호 물질로, 이 신호가 세포 내에서 Smad2/3과 JNK1 등 단백질을 차례로 활성화시키며 세포의 분화와 이동, 생존에 영향을 준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경로가 SIRT1 활성을 높이고, 활성화된 SIRT1이 다시 KRAS 신호를 증폭시켜 항암제 내성을 강화하는 '양성 피드백 고리'를 형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신호 축이 KRAS 돌연변이 폐암에서 항암제 내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SIRT1 활성을 억제하면 이 내성 고리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천연물 유래 화합물 가운데 SIRT1 억제 후보를 탐색해 쿠와논 C(Kuwanon C, KWN-C)를 발굴했다. 쿠와논 C는 뽕나무(Morus alba) 뿌리껍질 등에서 발견되는 천연 플라보노이드 계열 화합물로, 항산화·항염증·항암 활성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SIRT1 활성을 억제해 KRAS 돌연변이 폐암의 항암제 내성 경로를 차단하는 후보 물질로 확인됐다.
쿠와논 C를 처리한 결과 내성 경로로 알려진 TGF-β1–Smad2/3 JNK1 신호와 SIRT1 활성이 감소했고, KRAS 신호 역시 약화됐다. 이 상태에서 비소세포폐암 표준 항암제인 시스플라틴과 페메트렉시드를 병용했을 때 KRAS 돌연변이 폐암 세포의 생존과 증식이 억제되고 세포 사멸이 촉진됐다. 동물모델에서도 종양 부담 감소와 생존 기간 연장 효과가 관찰됐다. 전임상 독성 평가에서는 치료 범위 내 용량에서 뚜렷한 독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신동훈 교수는 "KRAS 돌연변이 폐암에서 항암제 내성을 유발하는 신호 전달 경로를 규명하고,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천연물 유래 후보 물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KRAS 자체뿐 아니라 KRAS와 협력하는 조절 인자와 상위 신호를 함께 겨냥하는 병용 전략이 향후 치료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결과는 세포 및 동물실험 단계의 전임상 연구로,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지난 9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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