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장 망가지면 빨리 늙는다…'MAC 식단'으로 몸 챙기자
장벽 약해지면 전신 염증 우려…부티르산 부족 때문
고 포드맵 식품 잠시 줄이고 저 포드맵 식품 택해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을 넘어 전신 건강과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이 만성염증, 대사질환,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관된다는 연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10일 의학계에 따르면 장 건강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장내 유익균이 생산하는 '부티르산'이다. 부티르산은 장 상피세포와 점막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부족하면 장벽이 약해져 염증 반응이 빈번해진다. 그 결과 비만·당뇨병·동맥경화·치매 등 다양한 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20년간 재직하며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기반을 확립한 천종식 박사는 지난달 25일 '정희원의 저속노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노화와 여러 질환의 공통 경로가 장에서 시작된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티르산 감소는 장벽 손상과 직결되고 LPS(내독소) 증가로 이어져 만성염증을 촉발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부티르산을 안정적으로 생성하려면 장내 유익균이 사용할 수 있는 먹이가 필요하다.
이를 'MAC'(Microbiota-Accessible Carbohydrates·미생물 총접근 가능 탄수화물)이라고 하는데 우리 몸은 소화하지 못하지만, 장내 유익균이 먹이로 삼아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한마디로 사람이 소장에서 흡수하지 않고 대장에 도달해 미생물이 분해·발효할 수 있는 탄수화물이다.
연구 등에 따르면 MAC 섭취가 부족할 경우 부티르산 생성이 감소해 장벽 기능이 약화하고, 반대로 MAC을 충분히 섭취하면 장 점막이 건강하게 유지되며 염증 반응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MAC은 △사과·감귤·자몽·배·매실·딸기·포도 등 과일류 △우엉·당근·양파 등 뿌리채소 △콩·두부·낫토 등 식물성 단백·식이섬유 식품 △통곡물·잡곡 등에 풍부하다고 거론된다. 천 박사는 "MAC 중심 식습관은 장내 부티르산 생성 환경을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보조적 역할이지만, 장내 환경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힘은 식단에 있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은 개인마다 크게 다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가스 생성, 소화 부담, 부티르산 생성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다.
장이 민감하면, 일부 발효성 탄수화물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빠르게 발효되면서 가스가 급격히 증가해 복부 팽만이나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참고하는 것이 포드맵(FODMAP·발효성 단쇄 탄수화물)이다.
발효성 탄수화물이 많이 함유된 고(高) 포드맵 식품은 발효 과정에서 가스 생성이 더 많아, 예민한 장을 가진 사람에게 불편감을 유발하기 쉽다. 이때는 고 포드맵 식품을 잠시 줄이고, 저(低) 포드맵 식품을 선택하는 식품 교체 전략이 도움이 된다.
천 박사는 "식이섬유가 몸에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장내 미생물이 갑자기 많은 양을 처리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불편감을 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간단한 배변 검체 제출만으로 장내 미생물 상태를 정량적으로 알 수 있는 분석 서비스 역시 확산되고 있다.
예컨대, 유해균 비율 증가는 장내 산소 증가나 장벽 약화의 신호일 수 있어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또한 부티르산 생성균 비율과 같은 짧은 사슬 지방산 생성능은 식습관과 생활 방식에 따라 변화할 수 있어 정기 분석을 통해 개인별 MAC 식단 전략을 더 정교하게 세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부티르산과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식이섬유 하루 25~30g 이상 섭취 △채소·과일·콩류·통곡물 등 MAC 식품을 매 끼니 포함 △식단 변화는 급격하게 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조절 등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규칙적 운동·충분한 수면·스트레스 관리 병행 △장 민감성이 있다면 포드맵 식단 고려를 당부한다. 천 박사는 "장 건강은 소화 기능을 넘어 전신 염증과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주요 지표로, MAC 중심 식단과 주기적 장 상태 확인이 장기적 건강 관리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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