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는 무슨 병으로 돌아가셨나"…90대의 '지병'이란? [메디로그⑭]
통상 오랫 동안 앓는 병 의미…고령층에선 특정 병 하나로 설명 안돼
근육량과 체중 감소→식욕 저하→체중 감소…면역력·회복 속도에 직결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현역 최고령 배우였던 이순재(91)가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히 눈을 감았다.
고령에도 무대와 방송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해 말부터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고, 공연 취소와 공식 일정 불참이 이어지며 우려가 커졌던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하려던 연극 공연 일부가 취소됐고, 올해 4월 열린 한국PD대상 시상식에도 고인은 참석하지 못했다.
이순재 선생님의 별세 소식에 많은 이들은 "정확히 어떤 지병이었나"를 궁금해하지만, 고령층에서 말하는 지병은 특정 병명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91세라는 나이는 여러 장기 기능이 천천히 약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도 크게 느껴지고 회복 속도도 현저히 늦어진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과정을 "몸의 기본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90대의 나이는 심장·폐·신장·뇌 기능이 둔해지면 예전에는 부담이 없던 피로·감염·탈수도 전신 컨디션을 흔들 수 있다. 활동량이 줄면 근육 감소와 체력 저하가 빨라져 작은 변화에도 몸이 쉽게 영향을 받게 된다. 결국 '갑작스러운 변화'라기보다 고령층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흐름이라는 의미다.
90대 전후에서 흔히 나타나는 지병 역시 이런 누적된 변화 속에서 발생한다. 심장 기능 저하는 부정맥이나 심부전 초기 변화로 이어질 수 있고, 숨이 쉽게 차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호흡기 기능은 회복 속도가 느려 폐렴 위험이 높아지며, 만성폐질환(COPD)이 있다면 가벼운 감기에도 컨디션이 크게 흔들린다.
대사와 신장 기능도 예민해져 혈당 조절이 불안정해지거나 만성신장질환 초기 단계처럼 수치가 흔들릴 수 있다. 인지 기능은 치매가 아니더라도 기억력·판단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피로 누적이 빠르게 쌓인다.
특히 근육량 감소와 체중 감소는 고령층에서 중요한 변화다.
활동량이 줄면 근감소증(sarcopenia) 경향이 뚜렷해지고, 식욕 저하가 겹치면 원치 않는 체중 감소로 이어져 움직임과 균형 능력이 약해진다. 이는 면역력과 회복 속도에도 직결되는 변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90세 이상 참여자를 장기간 관찰한 한 리포트를 통해 특정 질환보다 심장·폐·신장·인지 기능의 미세한 저하가 오랜 기간 겹치며 건강 변화를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큰 병명이 없더라도 여러 기능이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해 체력 여유가 조금씩 줄어드는 방식이라는 분석이다.
고인이 지난해부터 일정 소화가 어려워지고 공연 취소가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변화가 누적돼 온 것으로 해석된다. 종합하면 91세의 '지병'은 단일 질환보다는 오랜 시간 진행된 건강 저하가 한계에 다다른 상태로 이해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지병(持病)' 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한 단어로 "오래 앓아온 병"이라는 의미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특정한 병명 하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의학적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한 가지 질환보다 여러 기능이 서서히 약해지며 지속되는 만성적 상태 전체를 통칭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에서는 지병을 "오랜 기간 몸에 자리 잡아 반복적으로 증상을 일으키는 건강 상태" 정도로 정의한다. 병명의 유무가 기준이 아니라, 시간에 걸쳐 지속되는 변화가 핵심이다. 회복 속도가 떨어지고 피로가 누적되며, 이전보다 작은 변화에도 몸이 쉽게 흔들리는 흐름이 반복될 때 이 표현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병'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반인들이 쓰는 '지병'이라는 말에는 다음과 같은 만성적 상태들이 널리 포함된다.
△고혈압→특별한 증상 없이 오래 유지되지만 지속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만성질환. △ 당뇨병→혈당 변동이 반복되는 상태로, 대사 기능과 전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 △ 심장 관련 질환(부정맥·심부전 등)→노년기에 흔히 겪는 기능 저하 △만성폐질환(COPD)→기침·호흡곤란이 반복되는 흡연력 기반 질환 △ 천식·알레르기성 비염 등 반복성 호흡기 질환 △만성신장질환(CKD) 초기 단계→신장 수치가 들쭉날쭉하며 서서히 기능 저하가 진행 △ 근골격계 질환→허리디스크, 관절염, 퇴행성 무릎 관절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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