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남·경북·강원, 앞으로는 서울·경기…추계위가 분석한 '수요역전'
고령층 자연 감소하면 지방 증가세 둔화…수도권은 구조적으로 확대
연령·입원·이용량 반영한 수요 산정…단순 인구로 설명 안 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수개월간 의료 수요를 분석한 결과, 전남·경북·강원은 고령층 비율과 입원 진료 비중이 높아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향후 인구구조 변화까지 적용한 장기 추계에서는 의료수요 증가 폭이 서울·경기 등 대도시에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돼 지역의사제 정원 배분의 전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추계위는 7차 회의까지 진행하며 의료이용량·연령구조·입원 비중 등 변수를 적용해 지역 단위 의료수요 산정 구조를 단계적으로 정리해 왔다. 추계위가 발표한 변수인 의료이용량·연령구조·입원 비중 등을 결합해 보면 일부 지역은 인구 규모보다 의료수요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고령층 비중이 높고 입원 중심 진료량이 많은 지역일수록 이러한 의료부담량이 커지는 구조다.
추계위의 지역별 의사 수 산정 방식은 단순히 "인구가 많은 지역에 의사가 많이 필요하다"는 식이 아니다. 각 지역 주민이 병원을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 고령층이 얼마나 많은지, 입원 치료가 얼마나 많은지 같은 실제 의료 이용 패턴을 모두 반영해 수요를 계산한다. 지역마다 질환 구조나 진료 방식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단순 인구보다 실제 의료 이용량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다.
의료수요 계산은 먼저 연령·성별별로 실제 병원 이용량을 쪼개서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30대 여성은 1년에 외래를 몇 번 갔는지' '70대 남성은 입원을 얼마나 했는지'처럼 세부 데이터를 모두 나눠 잡는 방식이다. 추계위는 이 셀별 1인당 이용량을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30·2040·2050년 예상 인구)에 적용해 미래 의료수요를 추정한다. 같은 인구라도 연령 구성에 따라 진료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필요한 절차다.
연령 구조는 지역별 의료수요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나이가 많을수록 병원 이용이 늘기 때문에 단순 인구만으로는 실제 수요를 판단하기 어렵다. 추계위는 연령별 의료이용 가중치(20대 0.5, 60대 1.5, 80대 2.0)를 적용해 실제 의료수요에 가까운 인구 규모를 다시 산정했다.
이는 나이에 따라 병원 방문 횟수가 크게 다르다는 점을 반영해 연령대별 무게를 다르게 준 것이다. 예를 들어 20대 1명은 0.5명, 80대 1명은 2명으로 계산해 실제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진료량을 더 정확하게 맞춘다. 같은 1명이라도 고령층은 의료 이용이 훨씬 많기 때문에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보정 인구수가 증가하고, 필요한 의사 수도 함께 커지는 셈이다. 그 결과 보정 인구수는 서울 1470만 명, 경기 1780만 명, 전남 219만 명, 강원 174만 명으로 나타났다.
지역 의료수요 산정의 또 다른 출발점은 건강보험 청구자료 기반의 입·내원일수다. 2023년 기준 서울은 약 11억 일수, 경기는 13억 일수, 경북은 4억 9000만 일수, 전남은 3억 8000만 일수, 강원은 3억 2000만 일수를 기록했다. 입·내원일수는 해당 지역 주민이 실제로 진료받은 '총 일수'를 모두 더한 값으로, 지역별 의료 이용량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추계위는 이 절대량이 전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산출했다. 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경기는 약 30%, 서울은 25%, 경북은 7%, 전남은 6%, 강원은 5% 수준이었다.
입원과 외래에 드는 업무량 차이도 중요한 변수다. 추계위가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입원 1일은 외래 5.9건을 보는 것과 업무량이 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추계위 관계자는 "입원 환자는 하루 동안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환자 1명을 보는 데 드는 시간이 외래 진료보다 훨씬 길다"며 "이 때문에 입원 비중이 높은 지역은 같은 인구라도 필요한 의사 수가 크게 늘어나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중치는 입원과 외래를 하나의 단위로 합쳐 전체 의료부담량을 계산하는 데 사용되며, 지역별 의료수요 차이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수요 흐름이 앞으로 지역마다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계위 관계자는 "전남·경북·강원은 고령층이 많은 지역이라 지금은 의료수요가 크게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령층 인구가 줄면서 증가 속도가 자연스럽게 둔화될 수 있다"며 "반대로 서울·경기는 젊은층과 고령층이 함께 많아 전체 진료량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현재 수요가 큰 지역'과 '앞으로 수요가 커지는 지역'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차이는 정원 배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남·경북·강원은 현시점 기준 '필요 의사 수가 많은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서울·경기는 증가 흐름이 커 정원 배정 방향을 달리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추계위 내부에서도 지역별 인구구조 변화가 의사 수요 산정의 핵심 변수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역별 수요 흐름이 달라지는 만큼, 산정된 수요값은 이후 정책 단계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지역별 의료수요 산정은 정원 배정 이후 지자체의 보건의료계획 수립과 중앙정부의 필수의료 확충 정책을 연계하는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특히 이 수요값은 복지부가 인력 배분·정주 지원 등의 후속 정책을 설계할 때 참고하는 기초 자료가 되며, 관계 부처와의 조정도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구조다.
추계위 관계자는 "수요 산정은 어디에 어느 정도의 의료서비스가 필요한지를 정량화하는 단계이며, 이후 인력 배치·정주 지원과 같은 후속조치가 이어지게되는 셈 "이라며 "지역별 수요가 명확해지면 (이후에는) 보건복지부가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고, 관계 부처와의 조정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rn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