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이 과잉진료 부른다?…국제 연구가 본 해답은[김규빈의 저널톡]
의료 접근성 높이되 안전망 정비 필요…'근거기반 규제' 강조
국회, 관련 법안 상임위 대안 의결…이르면 내년 시행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비대면 진료 도입을 앞두고 초진 허용 범위, 플랫폼 규제, 비대면 처방 제한, 전자처방전 전달 시스템 등 4대 핵심 쟁점이 제도 설계의 균형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 연구들은 의료 접근성과 환자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려면 질환별 근거, 정보 보호, 플랫폼 품질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에서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 등이 담긴 법안을 처리했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비대면 진료 통합관리 플랫폼 △전자처방전 전달 시스템 △비대면 진료 지원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가장 큰 쟁점은 초진 비대면 진료의 허용 범위다. 현재 국내 제도는 초진의 원칙적 금지를 유지하면서 일부 질환에 대해 예외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진단 과정에서 초진과 재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거나, 여러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 법적 해석이 모호해질 수 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초진으로 시작됐으나 이후 질환명이 바뀌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예외 지정이 오히려 의료 현장과 충돌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카이저 퍼머넌트 의료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분석에 따르면, 비대면 초진이 반드시 위험하지 않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지난해 스콧 케이시 연구진은 소아환자 43만 8638명의 78만 회 진료를 비교한 결과, 영상·전화 진료군의 약물 처방률이 대면 진료군보다 10~12%포인트(p) 낮고, 검사·영상 촬영 비율은 절반 수준이었다. 입원율은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질환별 안전 근거가 충분하다면 초진을 제한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됐다. 의료기관 선택 개입이나 광고 유도 행위가 의료법·공정거래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으나, 연구들은 규제의 방향을 '개입 금지'가 아닌 '투명성 강화'로 제시했다.
플랫폼이 특정 병원이나 의사를 환자에게 추천하는 구조는 사실상 진료유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복지부는 플랫폼 중개업자의 기능을 '비의료정보 제공자'로 규정하되, 플랫폼이 과도하게 환자 선택에 개입할 경우 허용 범위를 초과한다고 본다.
지난해 미시간대 테런스 리우 연구진이 메디케어 가입자 57만 7928명의 데이터를 분석 결과, 원격진료 상위 기관의 자궁경부암 불필요 검사는 1000명당 2.9건, 갑상선 불필요 검사는 40건 줄었다. 연구진은 "플랫폼을 통한 접근성 확대가 과잉진료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규제는 개입 여부보다 품질 평가와 정보공개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듀크-엔유에스의대 연구팀이 252편의 국제 논문을 종합 분석한 결과, 전체의 77.8%가 환자 피드백 기반 품질관리 체계를 도입했는데,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플랫폼 규제의 초점은 법적 제재가 아니라 신뢰 구축과 품질 데이터 공개"라고 밝혔다.
비대면 처방 제한 약물과의 충돌 가능성 정부는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우려 의약품에 대해 비대면 처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일부 항경련제나 신경안정제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치료약물이지만, 일반적 기준에서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제한 시 의료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비대면 진료는 약물 의존도를 줄이는 데 어떤 영향을 줄까. 지난해 다이애나 버지스 박사팀이 만성 통증 환자 811명을 대상으로 10주간 화상 기반 마음챙김 치료(MBI)를 시행한 결과, 통증 관련 기능 점수가 30% 이상 개선된 환자는 33.6% 1년 시점에도 효과가 유지됐다. 연구진은 "비대면 중재가 약물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며 "비약물 기반 원격 치료 확대가 의료안전의 새로운 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자처방전의 원활한 전달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전자처방전은 약국 수령, 복약지도, 서명 등 절차에서 다양한 기술적 충돌과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가 모바일앱이나 문자로 처방전을 수령하는 경우, 의료기관과 약국 간 정보 불일치나 처방전을 위조할 우려가 있다.
'JAMA Network Open' 연구에서는 전자 시스템 연동 미비로 후속 대면진료율이 10%포인트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논문은 '처방전 연동 체계가 불안정할 경우 환자 이중 방문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연구들이 공통으로 제시한 결론은 비대면 진료가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안전하게 정착하려면 질환별 근거, 플랫폼 품질 관리, 약물 추적, 정보 보호 등 네 가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 규제 완화가 아닌 근거 기반 설계가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으로 꼽혔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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