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왜 심해질까…'조절 T세포' 지키는 단백질 p300이 해답
조절 T세포 성장·기능 유지 도와…기존 스테로이드 치료 한계 보완 기대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알레르기 천식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p300이라는 단백질이 면역 균형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300이 면역세포의 과한 반응을 조절하고 천식 증상을 줄이는 데 관여한다는 사실이 동물실험과 분자 분석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손명현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천식센터 교수와 윤호근 연세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p300 단백질이 조절 T세포의 기능을 강화해 알레르기 천식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17일 밝혔다.
알레르기 천식은 꽃가루나 집먼지진드기처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외부 물질에 몸이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기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p300 단백질이 없도록 만든 실험용 생쥐를 이용해 면역 체계의 변화 양상을 관찰했는데, 그 생쥐에서는 평소 과도한 면역반응을 멈추게 하는 '조절 T세포'가 크게 줄어 있었고 기능도 떨어져 있었다. 반대로 염증을 일으키는 다른 면역세포는 과도하게 활성화돼 기도 염증이 훨씬 심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p300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변화를 만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자 분석을 추가로 진행했다. 먼저 염색질 면역침강(ChIP)이라는 실험을 통해 p300이 어떤 유전자에 직접 결합해 영향을 주는지 조사했다.
이어 RNA 시퀀싱 분석을 통해 p300이 사라진 상황에서 세포 안의 유전자와 단백질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전체적으로 살폈다. 이 두 분석은 p300이 작동하는 '분자 스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로, 특정 유전자의 기능 변화를 세밀하게 추적하는 데 적합하다.
이 과정을 통해 p300이 GBP5라는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GBP5는 외부 자극에 대한 면역 반응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으며 조절 T세포가 제대로 성장하고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신호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p300이 GBP5를 조절하고, GBP5가 다시 조절 T세포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면역 조절 경로를 확인했다.
손 교수는 "p300 단백질이 GBP5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조절 T세포의 수와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p300을 새로운 표적으로 삼아 알레르기 천식을 조절하는 맞춤형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천식 치료가 주로 염증을 가라앉히거나 기도를 넓히는 방식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면역 반응 자체의 균형을 정상화하는 새로운 관점에서 천식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스테로이드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나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이 두드러지는 형태의 천식 환자에게 더 적합한 치료 전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동물실험과 세포 분석에 기반해 있어 사람에게 동일한 기전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p300 단백질을 직접 겨냥하는 약물을 개발하려면 안전성 검증, 특정 세포에 약물을 정확히 전달하는 기술, 다른 단백질에 비슷한 영향을 주지 않도록 특이성을 확보하는 문제 등 기술적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p300–GBP5–조절 T세포로 이어지는 조절 경로가 천식 악화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향후 천식 치료제 개발 방향을 바꾸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 사람의 면역세포 분석과 환자 기반 면역 반응 연구로 이어질 경우 p300을 중심으로 한 천식 표적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호흡기중환자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IF 19.4) 최신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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