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10명 중 2명, 임종 전까지 항암…'고통 감소'보다 '치료 연장'

[김규빈의 저널톡] 전세계 암 환자 273만 명 분석
임종 30일 내 중환자실 입원 14.4%…절반은 병원서 '임종'

김규빈의 저널톡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전세계 암 환자 10명 중 2명은 사망 직전까지 항암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의 마지막 시기에 치료가 이어지지만, 대부분은 생명을 연장하는 데 실질적 효과가 크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중국 베이징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된 논문 129편(273만 명 대상)을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암 환자의 임종기 의료가 여전히 '적극적 치료(aggressive end-of-life care)'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 치료에는 임종 직전까지 이어지는 항암치료, 중환자실 입원, 인공호흡기 착용, 잦은 응급실 방문이나 재입원 등 생명 연장에 초점을 둔 의료행위가 포함된다. 반면 완화의료는 통증 조절, 진통제나 마약성 진통제 투여, 호흡곤란·불안 완화, 영양·수면 관리, 심리상담이나 가족 돌봄 지원 등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남은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도록 돕는 치료다.

이번 연구에서는 △사망 14일 이내 항암치료 △사망 30일 이내 중환자실 입원 △30일 내 재입원 △30일 내 응급실 방문 △사망 3일 전 호스피스 이용 등 5가지를 적극적 치료의 기준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사망 14일 이내 항암치료는 11.6%, 사망 30일 내 중환자실 입원 14.4%, 30일 내 재입원 17.9%, 30일 내 응급실 방문 14.8%, 사망 3일 전 호스피스 이용은 14.4%로 나타났다. 이는 임종 직전까지 상당수가 병원 중심 치료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혈액암·소아암 환자, 적극적 치료 비율 가장 높아

암 종류별로는 혈액암 환자의 임종기 적극적 치료 비율이 가장 높았다. 혈액암 환자의 사망 14일 내 항암치료율은 21.7%, 중환자실 입원 25.5%, 사망 3일 전 호스피스 이용률은 26.7%로, 고형암 환자(각각 11.6%, 10.8%, 14.2%)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소아암 환자 중에서도 적극적 치료율이 두드러졌다. 18세 이하 암 환자의 사망 14일 내 항암치료 비율은 26.2%, 30일 내 재입원율은 31.4%로, 성인 환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연구팀은 "혈액암과 소아암은 예후 예측이 어렵고 보호자의 결정 구조상 치료를 끝까지 이어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전 세계 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임종 전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적극적 치료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암 환자의 임종기 치료는 국가별 경제 수준, 암의 종류, 연령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인다"며 "다만 이런 치료는 환자의 고통 완화나 삶의 질 개선과는 거리가 있으며, 의료비 부담만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이클리니컬메디슨(eClinicalMedicine, The Lancet Group)' 지난해 3월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