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없다" 5년 새 품절 81%↑…복지부 '대체조제·필수약' 대책 시험대
'원료의약품' 자급률 11.9%, 항생제·일부 항암제까지 흔들
- 장도민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의약품 품절·부족이 일상이 됐다. 감기약부터 항암제까지 수급 불안이 번지며 환자 접근성과 진료 현장, 약가·청구·통보 체계 전반으로 '연쇄 차질'을 빚고 있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급 중단·부족 의약품 수는 5년 전인 2020년 대비 81% 급증했다. 국내 원료의약품(API) 자급률은 2022년 11.9%로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한 구조다.
실제 감염병 시즌을 앞두고 항생제 같은 다빈도 치료제, 일부 항암제·지혈제까지 수급이 흔들린다는 현장 반응도 이어진다.
정부·국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약사가 동일 성분으로 바꿔 조제했을 때의 사후 통보를 전산으로 간소화하는, 이른바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법안을 의결했고 9월 초 법제사법위원회도 통과했다. 별도로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국가필수약 틀로 묶어 관리 범위를 넓히는 개정안도 복지위·법사위를 연달아 넘겼다. 본회의만 남았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수진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기존의 '대체조제'를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해 처방전의 의약품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동일성분으로 조제한다는 점을 보다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는 톤을 낮췄다. '대체조제'와 '동일성분조제'는 강조점만 다를 뿐, 용어 변경이 제도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실제 입법 핵심은 통보 절차의 전산화가 꼽힌다.
이를 지켜본 현장 시각은 갈린다. 의료계는 간접·지연 통보로 처방 변경 이력 파악이 늦어지고 제형·흡수특성 차이로 위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약사단체는 전화·팩스 절차를 심평원 전산통보로 바꾸는 행정 간소화일 뿐이며, 품절 국면에서 동일성분 대체는 환자 접근성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맞선다.
결국 관건은 복지부의 실행력이다. 법이 통과해도 체감하려면 뒷단을 정비해야 한다. 품절·부족이 발생하면 DUR에 수급 경보와 권고 대체목록을 자동 제시하고, 대체조제 시 청구를 자동 인정하는 룰을 깔아야 한다. 의사·약사 간 분쟁을 줄일 표준 통보 양식과 면책 가이드도 필요하다.
아울러 가격 인센티브 없이는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저가 필수약의 채산성 악화가 공급 중단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으려면 약가 가산, 퇴장방지의약품 지정·보상 기준 손질, 구매보장·국가비축 연계 같은 묶음 대책이 필요해서다. 식약처가 전방에서 공급중단·부족 보고 의무 강화 등으로 '경보'를 키웠다면, 환자 접근성과 보험·청구 인프라를 쥔 복지부는 후방에서 '완충'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분명하게 역할을 분담해야 현장 혼선을 줄일 수 있다.
복지부는 약가·청구·정보시스템 전반을 환자 접근성 기준으로 재정비하고, 식약처와 함께 주간 단위 수급 대시보드를 공개해 시장의 신호를 앞서 읽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 역시 품절 등 현행 문제점을 파악하고 입법 대응 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은 지난 2일 의약품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민관협의체를 설치하고 수급이 불안정한 의약품의 성분명 처방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 내용을 담은 약사법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국민건강권 보호를 위해 의약품 수급 불안정 관련 대책이 미비해 많은 어려움과 불안을 겪어야 했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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