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 여부 따라 파킨슨병 경로 달라져"…국내 연구팀 첫 입증

김한준 서울대병원 교수팀, 대사체 기반 예측 모델 개발

김한준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국내 연구팀이 렘수면행동장애(RBD) 동반 여부에 따라 파킨슨병의 발병 기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떨림, 경직, 느린 동작 등이 있으며, 변비, 후각 저하, 수면장애 등 비운동 증상도 흔하게 나타난다. 65세 이상에서는 약 1%, 80세 이상에서는 약 3%가 파킨슨병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BD는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전구 증상으로, 환자의 약 5%가 매년 파킨슨병으로 진행된다. 다만 일부 파킨슨병 환자는 RBD 증상이 없기 때문에, 그간 RBD 유무에 따라 발병 경로나 병인 기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돼 왔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한준·정기영 교수, 포항공대 고아라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이선재 교수, 성균관의대 이연종 교수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RBD 유무에 따라 파킨슨병을 하위 그룹으로 나눈 뒤, 비표적 대사체 분석을 통해 혈장 내 대사체 차이를 비교한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대조군(27명), 특발성 RBD군(iRBD, 25명), RBD 동반 파킨슨병군(PD-RBD+, 25명), RBD 비동반 파킨슨병군(PD-Only, 24명) 등 총 101명의 혈장을 분석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해 각 그룹을 구분할 수 있는 예측 모델도 개발했다.

그 결과, RBD가 있는 파킨슨병 환자군과 특발성 RBD군에서는 장내 미생물에서 유래한 대사체인 p-크레솔 황산염, 2차 담즙산, 페닐아세틸글루타민 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질환은 '몸에서 시작되는(body-first)' 파킨슨병 유형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RBD가 없는 파킨슨병군에서는 코르티솔과 혈당 수치가 상승하고, 카페인, 이노신, 요산 등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뇌에서 시작되는(brain-first)’ 파킨슨병에서 관찰되는 대사체 변화와 유사하다.

김한준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에서 RBD의 유무가 발병 기전과 진행 양상에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이 연구 결과는 장내 미생물에서 유래한 대사체들이 파킨슨병의 중요한 생물학적 표지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 개발에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NPJ 파킨슨병(NPJ Parkinson’s Disease)' 최신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