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뇌은행 10주년 기념식…"바이오뱅크 중심축 도약"

10년 간 뇌조직 수집·분양…알츠하이머·MSA 등 병리 연구 기반 구축
김영태 병원장 "기증자·연구자 헌신 덕…세계적 플랫폼 도약 기대"

7월10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윤병덕홀에서 열린 '치매 뇌은행 설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정두현 병리과장(왼쪽 세번째), 왕규창 초대 뇌은행장(왼쪽 네번째),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왼쪽 다섯번째),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왼쪽 여섯번째), 박성혜 치매 뇌은행장(왼쪽 일곱번째) 등 관계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서울대병원이 치매 뇌은행 설립 1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열고, 뇌조직 자원 확보 실적과 주요 분양 연구성과를 공개했다. 향후에는 정밀 데이터베이스 구축, 맞춤형 분양 체계 도입, 국제 공동연구 확대 등을 통해 바이오뱅크 기반 뇌질환 연구를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0일 의생명연구원 윤덕병홀에서 '치매 뇌은행 설립 1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뇌질환 극복을 위한 중장기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대병원 치매 뇌은행은 알츠하이머병, 다계통위축증(MSA), 루이소체 치매 등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을 대상으로 병리학적 연구와 진단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뇌조직 자원을 안정적으로 수집·관리·분양해 왔다. 이러한 기반을 통해 국내 뇌연구 생태계와 바이오뱅크 네트워크 구축에 중추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기념식에는 왕규창 서울대병원 초대 뇌은행장, 박성혜 전 의생명연구원장, 박철기 교수, 방영주 전 의생명연구원장을 포함한 설립 관계자들과 기증자, 연구자, 코디네이터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서울대병원은 치매 뇌은행의 발전에 기여한 교수진과 요양병원장에게 감사장을, 연구원 및 코디네이터에게는 표창장을 수여했다.

이날 진행된 심포지엄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박성혜 뇌은행장이 10년간 확보한 뇌자원 규모와 분양 실적, 병리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성과를 소개하며, 향후 정밀 자원정보 시스템 개발과 맞춤형 분양 체계 구축, 국내외 협력연구 확대 등 전략을 제시했다. 국립보건연구원 이대연 바이오뱅크과장은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 제5기 추진 방향으로 디지털 기반 자원 활용 확대, 분양서비스 고도화, 운영 거버넌스 강화를 골자로 한 3대 전략을 발표했다.

2부에서는 뇌은행 분양 자원을 기반으로 한 주요 연구성과가 공유됐다.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초대 뇌은행장은 한국인 코호트를 활용한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의 핵심 지표로 주목받는 혈액 내 타우 단백질(Tau) 중 'Tau 217' 농도를 측정해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 여부를 예측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 바이오마커가 침습적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조기 진단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재 서울의대 교수는 다계통위축증(MSA) 환자의 뇌조직을 분석한 결과, 신경세포 내 알파시누클린 단백질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병리 기전이 면역반응 조절 수용체인 TLR2 활성화와 관련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TLR2를 억제하면 알파시누클린 축적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TLR2가 MSA 치료의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지영 국립보건연구원 박사는 치매 감별 진단을 위한 혈액 기반 바이오지표 개발 현황을 공유했으며, 정용근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조직에서 ALK 단백질의 발현과 기능을 분석해, 해당 단백질과 세포 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인 프로테아좀의 병리적 연관성을 규명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3부에서는 김성익 서울대병원 병리과 임상강사와 원재경 교수가 실제 기증자 증례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 치매 등 주요 퇴행성 뇌질환의 병리학적 특징을 심도 있게 설명했다. 뇌조직 자원이 임상 연구뿐 아니라 의과대학 병리 교육에 실질적으로 활용되는 과정을 소개해 참석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김영태 병원장은 "치매 뇌은행이 국내 뇌연구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은 것은 기증자와 연구자, 관계자들의 헌신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세계적 수준의 뇌질환 연구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2026년부터 시작되는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 제5기에서는 바이오뱅크의 데이터 혁신과 통합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며 "뇌은행이 국가적 난제 해결의 핵심 자원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