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게임체인저 'AI'…"도입보다 문제해결에 초점"
[제25회 바이오리더스클럽] 표준희 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
'AI신약개발 현재와 미래' 기조강연…"15년 소요기간 2~3년 단축"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우주를 연구하고 새로운 별을 발견하는 데 있어서 좋은 망원경이 필수적이듯 이제는 AI가 신약 개발에서 그런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표준희 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은 24일 오전 뉴스1 주최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5회 바이오리더스클럽 조찬 행사'에서 'AI 신약 개발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표준희 부원장은 "AI는 과학적인 발견을 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디지털 도구로 강력하게 쓰이고 있다"며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서 게임체인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보지 못하던 단백질 구조를 볼 수 있게 되고 이해하지 못하던 어떤 유전체 패턴들을 알게 되면서 훨씬 더 정밀한 수준의 신약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I 신약 개발 시장은 해마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마켓스앤드마켓스 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8억 8800만 달러였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억 9300만 달러, 올해는 18억 8400만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2025년에는 27억 4600달러, 2027년에는 4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45.7%의 성장률이다.
글로벌 파마들은 AI 파트너십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표 부원장은 "100~200명의 데이터 과학자와 AI 과학자를 영입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은 지난해 신약 개발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학습시켜 타깃 발굴부터 특정한 물질의 결합력 예측과 임상 시험 예측까지 할 수 있는 LLM(large language model) 모델을 개발했고 엔비디아도 9조 개가 넘는 뉴클레오타이드 정보를 학습시켜 기능을 예측할 수 있는 생성형 유전체 플랫폼인 에보2를 발표했다"고 했다.
글로벌 파마들은 대규모 언어모델인 LLM 기술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구글의 Tx-대규모 언어모델(LLM), 엔비디아의 바이오네모-에보2 등이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AI 신약 개발에 속도가 매우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인실리코메디신의 발표에 따르면 3년간 10개 물질에 대해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면서 "후보물질 발굴이 평균 2~4년이 걸리는데 AI를 적극 활용한 결과 13개월까지 단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DNA 시퀀스뿐 아니라 RNA 그리고 단백질 서열까지 대규모로 학습해 앞으로 항체, 펩타이드 의약품을 디자인하는 데 플랫폼이 활용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표 부원장은 AI 스타트업 기업인 리커전 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를 실험데이터 생산에 기반한 AI 모델 고도화를 통해 속도를 내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았다.
그는 "자동화된 실험실에서 생산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AI 모델이 만든 새로운 가설을 또다시 검증해냄으로써 실험실과 드라이 랩의 완벽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글로벌 AI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에는 인실리코메디신과 리커전 파마슈티컬스, 릴레이 테라퓨틱스 등이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표 부원장은 통계로 발표되는 파이프라인 외에 현재 글로벌 파마가 개발하고 있는 대부분의 약들에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며 "사실 기업이 AI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신약 개발 전주기에 걸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파이프라인 개발을 지원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약물 발굴에서부터 전임상 시험, 임상시험, 허가 심사 그리고 더 넓게는 제조 품질 관리 등까지 신약 개발에서 하나의 최적의 물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영역에 AI 기술이 적극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결과, 10~15년 걸리던 신약 개발 과정이 2~3년 정도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표 부원장은 "국내 제약사들은 AI 기술의 활용에 있어 글로벌 기업과 격차가 있다"며 "해외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은 AI 기술에 대한 지불 능력이나 GPU 등 인프라 접근성에 차이가 있고, 정보와 인력 활용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파마가 최신의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면 우리나라 기업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기술 접근성과 경험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2022년 국내 제약사나 AI 신약 개발사를 대상으로 AI를 도입하거나 운용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숙련된 인력 부족과 고용의 어려움이 1위로 나타났다. 데이터 부족과 품질을 담보하기 어려움, 개발에 걸리는 긴 시간과 지식과 경험 부족 등이 뒤를 이었다.
표 부원장은 무엇보다 기업이 AI를 도입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AI 기술을 도입할 때 어떤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 부원장은 "결국 궁극적으로는 문제 해결을 통해 연구 개발과 운영에 있어서 효율성을 달성하는 게 큰 목표"라며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신약 개발이 가능한 10여개국에 불과하고, 여기에 우리나라가 포함되기에 AI를 적극 도입해 연구 개발을 효율화한다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AI를 통해 국내 바이오 제약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나 산업계 차원의 기술 지원과 함께 다학제적 융합 연구 기반이 마련돼야 하며, 신약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의 접근성과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 인재 양성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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