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쇠예방부터 돌봄까지 '노인건강 종합관리모델 구축'한다
질병청 '노쇠예방사업 모델' 개발 중…내년 4월 시행 예정
65세 이상 20% 넘는 지역 152곳에 달해…일본은 2006년부터 사업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이르면 내년 초부터 중앙정부 차원의 '노인 건강 종합관리 사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은 노인의 질병 관리를 넘어 예방 측면에서의 '예방모델'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있다. 해당 모델과 기존 통합건강증진사업 등 돌봄 사업이 연계될 경우, 예방부터 돌봄으로 이어지는 노인 건강 종합관리 모델이 탄생한다.
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질병청은 올해부터 중앙정부 주도로 '노쇠 예방사업 모델'을 개발 중이다. 질병의 관리·치료에 초점 맞춰 온 노인 건강 정책의 패러다임을 예방으로 확장하고 전환하는 것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존 사업들은 대부분 노인이 이미 허약해진 다음 의료비나 요양비 등을 지원하는 돌봄 위주였다면, 해당 사업은 구강 건강 관리, 운동 프로그램 등 노화가 노쇠로 이어지기 전 신체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 데 중점을 둔다.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며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면 노쇠(Frailty)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신체·생리·인지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뜻한다. 노화와 만성질환·영양부족·신체활동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질병청은 사업을 통해 노쇠를 지연하고 건강한 노화 환경을 마련해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의료·돌봄 부담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려는 방침이다.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매년 늘고 있다. 2022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령층 만성질환의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2010년 102조 원에서 2020년 169조 5000억 원으로 늘었으며, 진료비는 2020년 71조 원에서 지난해 90조 원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비용 증가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20%가 넘는 시군구는 152개였으며 노인비율이 40% 이상인 곳은 20개 지역, 45%가 넘는 곳은 대구 군위군과 전남 고흥군 등을 포함해 4곳이다.
또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노인진료비 증가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는 10.7년이었으나 2021년 13.1년으로 커졌다.
보건당국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노쇠평가를 통해 선정된 대상자에게 마을 단위의 경로당·노인복지시설 및 보건지소 등을 활용해 맞춤형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돌봄이 필요한 노쇠 노인은 4.6%였으며, 노쇠 상태로 진입하기 전인 전노쇠 노인은 32.3%로 확인됐다.
박광숙 질병청 노쇠 예방 기획TF 팀장은 "접근성을 위해 읍면동 단위의 작은 마을 단위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단백질 보충량을 늘리는 영양 섭취 교육이나, 구강 건강 관리 교육,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근력 운동 등의 프로그램을 사업에 담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부 지자체는 개별적으로 노쇠 예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 평창군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인지기능, 만성질환 유병률 등 노쇠평가와 건강행태를 조사하고 있으며 근력·영양·구강·정신건강 및 다약제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질병청은 전국적으로 노쇠현상을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매년 전국 보건소 단위로 조사하는 지역사회건강조사에 한국형 노쇠진단척도(K-FRAIL) 문항을 추가해 지역별 노쇠현황을 파악하고 우리나라의 노쇠유병률 등 관련 통계를 산출하여 발표할 예정이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문제를 우리나라보다 먼저 맞은 일본은 일찍부터 중앙정부 주도로 노쇠예방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06년 '개호(요양)예방사업'과 2015년 프레일 예방사업 등을 통해서다. 운동·영양·사회적 교류 강화 등에 중점을 두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 시민단체가 협력하는 체계다.
노쇠예방사업은 예산이 확보될 경우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이후 사업 평가와 보완을 거쳐 2028년 전면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박광숙 팀장은 "시범사업을 하는 중에 노쇠한 대상자가 발생하게 된다면, 통합돌봄 사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사업 방향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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