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는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누가 쓰는가?

[신간]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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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반비 제공)
근래 몇 년간 '에세이'는 책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였다. 개인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는 책들은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며 큰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과연 에세이란 무엇인가? 에세이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에세이를 쓰고 만드는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어떤 곤경에 처하고, 우리는 나 자신의,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의 아주 내밀한 이야기를 어디까지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가?

저자인 레슬리 제이미슨은 단연코 이런 쟁점들을 가장 치열하고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는 작가다. 한국에 앞서 소개된 '공감 연습'은 고통이라는 경험을 매개로 사람들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를 파고들었고, '리커버링'은 자신의 알코올중독과 회복 경험을 통해 에세이스트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는 나와 타인의 삶을 기록하는 데 있어 한층 성숙한 작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독한 고래에 천착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25년간 멕시코의 한 가족을 사진 찍은 미국 작가에 관해 다루며, 전생을 믿는 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 우리는 타인의 삶에 어느 정도까지 침해적으로 친밀해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진실'을 구할 수 있는지, 혹은 그 진실이라는 것은 얼마나 '오염된' 것인지 하는 질문들을 하나씩 탐색해나간다.



'나'의 이야기가 범람하는 시대, 한편으로 '남'의 이야기를 갈취해 내놓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시대에, 이 작가의 날카롭고 솔직하며 애정 어린 시선은 에세이라는 장르의 본질과 미덕에 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레슬리 제이미슨 글/ 송섬별 옮김/ 반비/ 1만8000원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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