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 "IBK, 잘 하는 선수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되어가고 있다"[이재상의 발리톡]
-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내홍 겪은 팀 소방수로 부임
"'속사포' 가끔 나오지만 선수들과 소통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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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6개월 전만 해도 김호철 감독(67)이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지휘봉을 잡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김 감독의 부임은 그만큼 예상을 깬 결정이었다. 스스로의 각오도 남다를 수밖에 없던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내홍을 겪던 팀의 '소방수'로 부임한 베테랑 김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짧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도 어떻게 하면 선수단을 긍정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 커 보였다.
김 감독은 2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부임 한 달 반의 시간을 돌아보며 "역시 장수는 현장에 있어야 가장 좋다"면서 웃은 뒤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다른 점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럽다. 선수들과 소통하며 열심히 땀 흘리고 있다.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고 말했다.
2021-22시즌을 앞두고 많은 기대를 모았던 기업은행이었지만 뚜껑을 열자 악재가 겹쳤다. 항명 사태 등이 겹치며 서남원 전 감독이 경질됐고, 조송화는 계약 해지됐다. 감독대행을 맡았던 김사니 코치도 팀을 떠났다.
김 감독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당황스럽기도 했고, 경험하지 못했던 여자 팀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 보니 역시 배구하는 것은 어디나 똑같더라"고 말했다.
김호철 감독은 축 처진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는데 집중했다. 이전과 다른 훈련스타일도 도입하며 변화를 줬고, 선수들도 점점 김 감독을 믿고 따르고 있다.
김 감독은 이전에도 그랬듯, 열정적으로 꼼꼼하게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익숙했던 연습 방법을 탈피해서 다르게 훈련하다 보니 다들 굉장히 열심히 한다"면서 "서로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한 달이 지나면서 선수들도 많이 해소된 것 같다"고 전했다.
남자부 지도자 시절 '버럭' 또는 '호통'으로 유명했던 김 감독은 기업은행에서는 이전보다 부드럽게 바뀌었다.
그는 "경기 중 꾹꾹 참는다"고 웃으면서도 "선수들에게 캐치한 것을 빨리 전달하기 위해 속사포가 가끔 나오는데, 이제는 적응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선수와 지도자로 경험이 풍부한 김호철 감독은 선수들과 교감하며, 기업은행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이번 시즌 봄 배구는 어려워졌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명가' 기업은행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한 구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그는 "감독이다 보니 경기 내용뿐 아니라 결과도 신경 안 쓸 수 없다"며 "그래도 선수들과 이야기하고 연습하는 것들이 익숙해지고 있다. 선수들도 모두 하고자 하는 의지가 넘친다"고 말했다.
부임 후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김 감독은 코트 안팎에서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호철 감독은 "코트 안에서 배구를 '잘' 하는 선수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되어가고 있다. 그게 가장 달라졌다. 그 부분은 뿌듯하다.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자로 성공가도를 달렸던 김 감독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IBK기업은행을 '한 번쯤 뛰고 싶어 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남은 5, 6라운드에서도 팬들에게 희망을 주는 경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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