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학대 당하다 결국"…제주 중학생 피살 시골마을 '침통'

폭언·폭행에 '흉기 협박'까지…상습 아동학대 정황
학교도 "수사상황 보며 학생 심리 상담·치료 지원"

[편집자주]

19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시골마을 어귀 정자에서 주민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2021.7.20/뉴스1© 뉴스1

19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시골마을 어귀.

돌담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오던 한 중학생이 이내 발걸음을 멈추더니 어느 한 주택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자신과 초·중학교를 함께 다니며 절친하게 지냈던 친구 A군(16)이 하루 전날 어머니의 옛 연인 B씨와 그 지인으로부터 억울하게 살해당한 곳이었다. A군에게 있어 B씨는 한때 함께 살았던 사실상 새 아버지였기 때문에 친구의 충격은 더 커 보였다.

어렵게 말문을 연 이 중학생은 "A가 살해당하기 전까지 새 아버지에게 온갖 학대를 당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B씨가 A군을 상대로 '엄마가 우는 건 다 네 탓이다', '쓸모 없는 XX' 등의 욕설·폭언을 했을 뿐 아니라 목을 조르는 등 마구잡이로 폭행해 다치게 하고, 심지어는 '죽여 버리겠다'면서 흉기를 들고 집에 찾아와 협박까지 일삼았다는 것이다.

이 중학생은 "올 들어 두세 번 가출까지 했었던 A가 지쳤는지 '이제 독립하겠다'면서 같이 초밥집 아르바이트를 하자고 해 면접을 앞두고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말끝을 흐리며 "범인들이 꼭 죗값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뒤이어 또 다른 중학생도 A군의 집을 찾았다. 두 살 차이의 동네 동생이라고 했다.

이 중학생도 "그 아저씨가 술만 마시면 A형과 A형 어머니를 때리면서 그렇게 행패를 부린다고 들었다"면서 "그런데 이런 살인사건이 벌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제 A형을 더 이상 못 본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19일 오후 제주 중학생 살해사건 현장인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 CCTV가 설치돼 있다.2021.7.20/뉴스1© 뉴스1

A군의 집과 가까운 곳에 사는 한 70대 주민은 "B씨가 자꾸 '죽여 버리겠다'고 모자를 위협해서 집에 CCTV까지 설치된 걸로 안다"면서 "이후로 경찰차도 자주 보이고 그랬는데 결국 사달이 났다"고 혀를 찼다.

실제 A군의 어머니는 이달 초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었다. 이에 경찰은 A군의 집에 CCTV 2대를 설치하고 순찰을 강화했지만 끝내 이번 사건을 막지는 못했다.

바닷가 옆 정자에서 수시로 담소를 나누던 동네 어른들도 크게 안타까워했다.

5년 전 세상을 떠난 A군 할머니의 동창이라던 한 80대 주민은 "예쁘게 웃고, 인사성도 바르고… 세상에 그 아이만큼 착한 아이가 또 어디 있다고 그렇게 (하늘로) 보내느냐"면서 "하늘에서 할머니도 울고 있을 것"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다른 한 70대 주민은 "그 해맑은 애한테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몹쓸 짓을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A군이 재학 중이던 학교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이 학교 관계자는 "19일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돼 애로사항은 있지만 경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서 학생 심리 상담·치료 등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B씨는 지인 C씨와 공모해 옛 연인의 아들 A군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밤 귀가한 A군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군 시신에 남은 타살 흔적과 당일 오후 3시쯤 A군 혼자 있는 집에 B씨, C씨가 드나드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으로 두 사람을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mro1225@news1.kr

많이 본 뉴스

  1. 옥중 결혼 꿈꾼 무기수 5일 휴가, 청혼 거절에 "헛되다" 유서
  2. 한혜진 "제발 오지마" 호소…홍천별장 CCTV 찍힌 승용차 소름
  3. 한소희 '프랑스 대학 합격' 거짓말? "예능서 얘기 편집돼 와전"
  4. 유재환 "X파 있다, 섹시 토크도…예비 신부? 내 배다른 동생"
  5. 김희정, 셔츠 한 장 안에 비키니 입고 글래머 몸매 인증
  6. 담배연기가…기안84 'SNL 코리아 5' 방영 중 실내 흡연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