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의 위험한 비트코인 실험…핵심은 '달러 의존도'

경제난에 비트코인 법정통화 지정한 엘살바도르
달러 의존 높고 인프라 낮을수록 비트코인 관심

[편집자주]

© News1 DB

중남미의 개발도상국 엘살바도르가 최근 법정화폐로 비트코인을 채택하고 난 뒤 다른 국가에서도 이에 따른 나비효과가 불고 있다.

탄자니아와 파나마, 심지어 멕시코까지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및 합법화를 고려하고 나섰는데, 일시적인 바람이라고 보기에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는 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선택하려는 걸까. 이미 많은 미디어에서 지적했듯 통화가치 하락과 금융 인프라 부족이 1차적인 배경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 엘살바도르의 경우 자국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빠져있다. 내전과 독재, 쿠데타, 부패 등으로 얼룩진 근현대사를 겪어오면서 경제는 바닥을 쳤고 그 결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000 달러 안팎에 불과한 상황이다.



사회도 혼란하다. 범죄 살인율이 전 세계 1위 수준이며 범죄 조직의 규모가 경찰이나 군의 규모보다 많아 치안이 매우 불안정하다. 이 때문에 여행 등 관광 수입은 낮은데 비해 수출은 여느 중남미 국가가 그렇듯 커피 등에 한정돼 있다.

따라서 엘살바도르에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해외로 나가 일하는 노동자가 많다. 세계은행(WB)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엘살바도르의 해외 노동자 국내 송금액수는 60억 달러(6조 6870억 원) 규모로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의 22% 정도를 차지한다.

만약 이들이 금융기관을 통해 송금하는 돈을 비트코인으로 받는다면 해외 금융기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외화 유출 차단과 수수료 절감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엘살바도르 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한데는 다른 명확한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경제난 타개를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엘살바도르 내 달러 의존도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엘살바도르는 이미 자국 통화가 무너진 상태로 달러를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엘살바도르에 악영향을 미쳤다. 수출액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반해 공공 부채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당장 엘살바도르 중앙은행의 2020년 수출입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엘살바도르의 수출액은 2019년 대비 15.4% 줄었다. 반면 공공부채는 27억 7300만달러로 2017~2019년 부채 합계인 25억 5500만 달러보다 많았다.

이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엘살바도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2019년 70%에서 2022년 90%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정하며 올해 초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여건의 경제 상황인데 신용등급 마저 하락하면서 투자조차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하려는 국가들은 대부분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자국 화폐의 가치가 높지 않고 금융 인프라가 약하고, 달러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새로운 화폐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국가들은 팬데믹 이후가 더 문제다. 전 세계적적으로 유례없는 경기 부양책이 쏟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이 전망되고 있는 탓이다.

이미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에서 채권매입 프로그램의 축소(테이퍼링)를 향후 논의하자는 의견이 지난 4월 있었다는 의사록 내용이 공개된 바 있다. 정책금리 인상 시기를 예상보다 빠른 내년으로 예측한 연준 위원들도 많아지고 있다.

달러의 유동성 극대화로 자산 가치와 인플레이션은 크게 치솟은 가운데 금리가 인상되면,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국은 경제 위기를 버텨낼 힘이 없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985년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줄 부도였고 달러가 빠져나간 뒤 IMF 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도 예외일수 없었다. 

물론, 이들 국가들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지정과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IMF와 세계은행은 이미 강한 우려를 표하며 법적통화 지원을 거부한 상태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할 경우 거시 경제적, 금융, 법률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들을 매우 정교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들 국가의 진짜 목적은 비트코인의 실사용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다양한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 비트코인 채굴장 건설 등이 목표라는 얘기다.

21세기판 엘도라도(El Dorado, 황금땅)를 꿈꾸고 있는 엘살바도르는 공교롭게도 스페인어로 구세주라는 뜻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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