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5.18 다룬 '오월의 청춘' 권영찬 "잘하고 싶었고 잘 해내야 했다"


                                    

[편집자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 드라마 '오월의 청춘' 배우 권영찬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지난 8일 종영한 KBS 2TV '오월의 청춘'(극본 이강/연출 송민엽)은 1980년 광주의 비극의 한복판에 휘말린 청춘들의 사랑과 삶을 조명했다. 아픈 역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평범한 행복을 꿈꾸며 살았을 이들의 이야기 는 먹먹한 슬픔을 안겼다. 가족을 잃고, 연인을 잃고, 꿈을 잃고 스러지는 청춘들, 그 안에는 경수가 있었다.
 
경수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군대에 끌려간 후 광주를 진압하는 계엄군. 시민들을 향한 무자비한 폭력을 거부하다 자신 역시 폭력의 대상이 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총의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인물이다. '오월의 청춘'은 경수를 통해 폭력을 쥐었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물음표를 던졌다.
 
경수는 배우 권영찬이 맡았다.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을 통해 데뷔한 신예다. 강요된 폭력과 양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경수를 깊은 눈빛으로 표현하며 호평을 받았다.

-'오월의 청춘'은 어떻게 합류했나.

▶'보건교사 안은영' 이후 오디션을 보고 있었다. 2차 오디션에서 경수 역할의 대본을 보는데 보자마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경수 역할을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배우로서 이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는데, 캐스팅되고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이 작품의 무게감이 더 느껴졌다. 그때부터는 개인적인 욕심은 배제하고 (메시지에 집중해서) 작품에 접근했다.

-어떤 욕심이었나.



▶배우가 되고 연기를 시작하면서 캐릭터를 더 잘 보이고 싶고 표출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가 있었다. 그게 이 인물로서의 욕심인가 연기적인 욕심인가 고민해봤는데 개인적인 욕심인 것 같더라. 그래서 이 인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려는 생각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예를 들면 감정적인 장면이나 멋있어 보이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버리고 실제로 김경수같은 인물이 있다면 어떨까 고민하고 그것에 집중했다.
KBS 캡처 © 뉴스1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이다. 실제 사건을 다뤘다는 점에서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했을 것 같다. 5.18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사건보다는 로맨스 부분이 강조되는 드라마로 알려졌는데, 나는 아무래도 계엄군 역할을 맡았고 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5.18 민주화운동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석철씨 역할이 보여주는 여공들의 현실이나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나 당시의 노래를 많이 찾아봤다. 실제 있었던 날들이니까 깊게 알고 싶었다.

-진압부대 계엄군 역할이고 극에서 가해자 위치에 놓인 인물이다.

▶계엄군을 다룬 영상이나 자료도 많이 찾아봤다. 마음이 안 좋았다. 10화가 방영되고 나서 어떤 분이 '경수는 저렇게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들(다른 계엄군)과 대비된다'고 하시더라. 연기하는 내 입장에서는 대본에 순수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경수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계엄군에 차출된 청년이다. 선택의 순간에 끝까지 총을 못 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 드라마 '오월의 청춘' 배우 권영찬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

▶이 작품의 시놉시스를 보면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표현이 있다. 그렇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면 기쁠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

-작품에서 먼저 군대를 경험했다.

▶초반의 긴 머리 장면을 위해서 실제로 머리를 길렀다. 그러나 머리를 자르고 군대 장면을 찍었는데, 나중에 과거신이 추가돼서 가발을 쓰고 찍었다.(웃음) 가발 때문에 웃겼던 기억이 난다. 군인 경험을 했으니, 나중에 군대에 갔을 때 더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 드라마 '오월의 청춘' 배우 권영찬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경수로서 가장 마음이 아픈 신이 있었다면.

▶희태(이도현 분)를 마주했을 때도 마음이 아팠고, 명희(고민시 분)가 죽어가는 모습을 봤을 때도 힘들었다.

-경수 역할을 준비하면서 제일 어렵게 느낀 부분이 있나.

▶무조건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이었고 잘 해내야 한다는 각오였다. 작품을 준비하고 공부하는 과정이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았는데, 감정연기를 할 때는 마음이 아팠다.

-자신감이 생긴 이유가 있나.

▶('보건교사 안은영'의) 지형이도 마음에 와닿았던 지점이 있는데, 경수도 그랬다. 경수의 마음이 공감이 됐다고 해야 할까. 경수가 느껴져서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감독님이 잘 연출해주셔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TV드라마는 처음인데, 시청자들의 반응을 느꼈나.

▶10화 이후 '대사가 없어도 감정이 다 전해진다'는 댓글이 달렸던 게 기억이 난다. 감독님이 '경수는 대사로 표현하는 인물이 아니라 눈으로 말해야 하는 인물이어서 더 어려울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딱 그 내용의 댓글이 있어서 뿌듯했다. 감독님이나 카메라 감독님이 눈이 좋다고 말씀해주셔서 기뻤다. 나 역시 눈으로 말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기쁜 칭찬이었다. 부모님도 재방송을 계속 틀어두시더라. 10화에 내가 많이 나오니까 좋아하셨다.(웃음)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 드라마 '오월의 청춘' 배우 권영찬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친구로 나온 이도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희태와 만나는 장면은 다 너무 중요한 장면들이었다. 희태는 나를 정말 친한 친구로 생각하고 대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믿음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었다. 잠깐 잠깐 쉬는 시간에도 엄청 챙겨주더라. 밥은 먹었는지, 모니터에는 어떻게 나오는지 챙겨줬다. 그러다보니 친구로서 대해야 하는 장면에서 감정이 더 느껴졌고 진짜 친구같은 케미스트리가 생기지 않았나 싶었다.

-'오월의 청춘'을 마친 소감은. 두 번째 작품인데 어떤가.

▶아직도 내가 연기를 한다는 게 얼떨떨하기는 하다. 경수를 연기할 수 있어서 소중한 경험이었다. 캐스팅해준 감독님, 함께 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오월의 청춘'을 통해 다른 시대를 경험해보고 온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하고 나서 내 작품으로 누군가 위로를 받거나 감동을 받는 것의 기쁨을 느꼈다. 이런 작품을 또 만나고 싶기도 하고, 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 드라마 '오월의 청춘' 배우 권영찬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배우로서 익숙해진 것이 있나.

▶촬영장에서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같은 생각은 이제 안 한다. (웃음) 현장에 있을 때 이제는 마음이 편하다. 수십명의 스태프들이 숨죽여서 보고 있으니까 긴장감은 느껴지지만, 이제 촬영장에 있을 때 너무 행복하다.

-배운 게 있다면.

▶예전에는 너무 잘 하고 싶은 마음에 방법도 모르면서 감정만 과해서 계속 장면을 붙들고 있었다. 지금은 풀샷이나 바스트샷, 클로즈업을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고 화면에 더욱 잘  담기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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