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마약환자 진료했지만 못 받은 진료비가 1억5천"

[마약공화국③] "마약 중독은 질병…사회적 시선 바뀌길"
민간 재활시설도 부족

[편집자주]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시나리오나 드라마 작가를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면 다시 도전해보려고요."

10대 때 아는 언니의 권유로 마약을 시작했고 지금은 재활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는 김규리씨(29)는 꿈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3일 마약 중독 극복을 위해 재활센터에서 치료나 교육을 받는 이들은 자신들이 평범하게 꿈과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울러 마약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지탄이나 멸시의 대상으로만 대우하는 사회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우리나라가 마약 중독자들을 처벌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재활을 돕는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시선이 바뀌었으면…마약 중독은 질병"

"보시다시피 저희가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잘못 마약에 빠져서 이렇게 된 거지 저희를 무조건 안 좋게만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중독이라는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 사람들인걸요."

10대나 20대 초중반에 마약에 손을 댄 후 현재는 치료나 교육을 받고 있다는 20·30세대 중독자들은 여느 또래들과 다를 바 없었다. 재밌는 얘기에는 소리 내며 웃고 과거 잘못된 행동은 후회하며 씁쓸해했으며 가족들을 사랑하고 평범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경기도 다르크 민간 마약 중독치유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정현진씨(가명·30대)는 "사람들이 마약 중독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서 좀 더 사회 복귀가 수월해졌으면 좋겠다"며 "원래 호텔 일을 했는데 중독에서 회복되면 다시 호텔에서 일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역시나 같은 곳에서 치료받는 임준한씨(가명·20대)는 "마약중독자를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약물에 대해서만 보면 범죄 이전에 질병"이라며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면 아내, 강아지랑 행복하게 웃으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도 "우리나라에서는 마약 얘기 자체를 꺼리고 마약을 하는 사람을 멸시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다"며 "마약을 어떻게 예방하고 중독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공론화하고 사람들이 중독자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News1 DB

◇마약 치료 지정병원 지원 적어…"민간 재활 시설도 부족"

여전히 우리나라가 마약 중독자를 처벌하고 격리하는 데만 집중하고 치료하고 보호하는 데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지난 2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우리 병원이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 지정병원이어서 죽어라 환자를 진료했지만 나라로부터 못 받은 진료비가 1억5000만원이 넘는 황당한 현실"이라며 "의사들도 제일 힘들다고 인정하는 마약 중독자들을 치료하고 있지만 오늘도 진료실에 갇혀서 자원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 지정병원이었던 강남을지병원은 2015~2018년까지 가장 많은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실적을 냈지만,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지정병원을 해제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었다고 알려졌다. 병원은 결국 2019년에 지정병원에서 빠졌다.

병원뿐 아니라 민간 재활센터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상현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은 "마약 중독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우리 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전혀 없다"며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만 해도 전문가 초빙 등 여러 가지 돈이 많이 드는데 솔직히 언제까지 이렇게 센터 운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다르크 마약 중독치유 재활센터는 그룹홈 형태의 민간 재활센터로 최소 6개월 이상 장기간 마약 중독자들의 회복을 돕는 곳이다. 한국에는 다르크가 세 곳에 불과하지만 일본 전역에는 80개 이상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 마약류 사범은 이미 2015년에 1만1916명으로 마약 청정국 기준선인 1만명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1만8050명을 기록하면서 급증하는 모양새다. 이들의 재범을 방지하도록 돕는 시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교정시설에 마약 예방 교육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중독자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마약을 자제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중독자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교육이나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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