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시간…안철수-오세훈 단일화에서 대선까지 '요동'
-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박혜연 기자
향후 정국, 진보·보수 세결집 '극한 대립' 속 윤석열 존재감 ↑
서울 보선 단일화·정계개편, 尹 행보 방향타…윤 "민주주의·국민 보호"
[편집자주]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정치권은 4·7 재보궐 선거뿐만 아니라 내년 3·9 대선의 향방을 가늠하느라 벌써 분주한 모습이다. '자유민주주와 국민을 보호하겠다'며 직을 던진 윤 총장의 향후 일거수일투족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윤 총장이 사퇴한 4일 정치권은 크게 요동쳤다.
민주당은 "국회가 논의 중인 사안을 이유로 검찰총장직까지 던진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지만, 국민의힘은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검찰총장의 회한이 짐작된다"며 윤 총장을 두둔했다.
여야 의원들의 평가도 엇갈렸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금 윤 총장의 사퇴 자체가 재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진 않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총장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단순히 정부 고위공직자 한 명의 사퇴가 아닌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정치권에 끼치는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이는 곧 '윤석열 정국'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해석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당장 재보궐선거 이슈를 윤 총장이 집어삼킬 것이라고 봤다. 여권에서 밀어붙이는 4차 재난지원금과 가덕도신공항도 윤 총장 이슈에 묻힐 것이란 분석이다.
재보궐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윤 총장이 추후 메시지를 언제, 어떤 내용으로 내느냐에 따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후보 선출 소식도 윤 총장의 사퇴에 빛을 보지 못한 실정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후보 단일화는 내년 대선판을 미리 볼 수 있는 주요 변곡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출돼 서울시장이 된다면 당분간 자연인으로 있을 윤 총장에게 유리한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안 예비후보가 서울시장으로서 중도층과 합리적 진보·보수 세력을 아울러 확실한 제3지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금태섭 전 의원과 국민의힘 일부 인사를 중심으로 보선 후 정계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경우 국민의힘의 당세는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뚜렷한 대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제3지대에서 세력을 키운다면 또다시 단일화나 연대 등을 제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0석이 넘는 의석수를 가진 제1야당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을 넘어 당의 존립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안 예비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고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합당해 기호 2번으로 출마할 경우, 윤 총장의 독자세력화는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민의힘과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은 이보다 전자의 경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 총장이 야권에 합류하는 방식 못지 않게 앞으로 1년간 어떤 이슈로 정국을 주도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윤 총장의 정치 철학과 현안에 대한 입장은 현재까지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사회 경험으로는 검사직이 전부인 윤 총장은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여권과 대립하면서 헌법질서와 법치주의, 3권분립 등 원론적인 사법정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경제문제나 교육·복지·여성 등 민생문제, 남북관계와 외교문제 등에 대해 그가 어떤 식견과 입장을 갖고 있는지 알수 없다.
과거 고건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사례에서 보듯이 정치권에 발을 디디는 순간 급격하게 힘이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고 전 총리·반 전 총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 총장은 정권과 각을 세우며 유력주자로 부각하고 있으나 야권에 경쟁할 만한 주자가 없는 상태다. 보수진영의 재편 결과에 따라 윤 총장 개인이 아니라 그가 둥지를 틀 정치 플랫폼이 구성되는 시나리오도 예상해 볼수 있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점은 문 대통령의 남은 1년 임기 동안 정국은 진보와 보수의 극한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측이 세결집에 나서면서 윤석열의 존재 가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재명·이낙연보다 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가 만들어졌고 이는 곧 진보와 보수 양 세력이 더 결집하는 대립의 정치로 가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타협의 정치를 찾기란 더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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