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쿼드가입하면 中 입장서 韓 가치 상승…눈치보면 하수"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인터뷰
"中 일대일로도 참여해야…북핵, 한미공조 기반을"

[편집자주]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제사회연구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경제사회연구원 제공)© 뉴스1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참여 안보협의체)에 한국이 들어가면 중국이 싫어할 것이라는 사고는 문제가 있다. 중일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게 반증이다. 그런데 한국은 안 들어가면서 눈치를 본다. 이는 하수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2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쿼드의 한국 참여 문제는 미국이 처음부터 원했던 것"이라며 한국이 조속히 쿼드 참여의사를 미국에 타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의 쿼드를 계승·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인도·태평양판 나토'라 불리는 쿼드는 바이든 행정부 때에도 대(對) 중국 견제 정책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지난해 쿼드에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 3개국이 추가된 '쿼드 플러스'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단 한국에 쿼드 가입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적은 없다. 정부는 당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신 센터장은 "미국이 공식 요청을 안 한 것은 한국이 거부하면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비공식 요청은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쿼드 참여 요구는 지속될 것이다. 이제는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이 쿼드에 들어가면 구체적인 행동에 있어 어떤 사안은 참여하고 또 다른 사안은 불참 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반대로 한국이 '비(非)쿼드국'이라면 중국은 멤버가 아닌 한국에 대해 어떤 걸 하지 말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것"이라며 "과거 클린턴 행정부의 기조인 '관여해서 이익 확대'를 한국도 해야한다. 쿼드와 관련된 우리의 이익을 확대하고 필요하다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 주도 신 실크로드 구상)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센터장은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과거 프레임"이라며 "미국이 절대 우위 속에서 안보를 확고하게 지켜줬고 경제 부분은 중국 시장과의 상호 협력 구조 속에서 진행됐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경제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고 한중경제 협력이 중요한데 과거처럼 협력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한국 못지않게 중국의 자본과 기술이 쌓여있다"며 "그러다보니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이 경쟁하게 돼 있다. 때문에 중국과의 무역량이 많고 흑자를 많이 보고 있다고 해서 한중 경제협력이 앞으로도 우호적인 협력 모델로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센터장은 아울러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미중 간 '협력의 공간'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불법적인 핵개발 국가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단 북한 문제에 대한 미중 간 협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한미가 중국에게 '북한 견인'이라는 일치된 요구를 할 때 가능하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한미 공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만약 한국이 중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데 미국은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하면 중국으로서는 한미관계의 틈을 더 벌리려 할 것"이라며 "따라서 한미가 같은 목소리를 내며 북한 사안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견인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 몇 년 간 깔끔하지 못했다. 대북제재 완화 목소리를 너무 쉽게 냈다"고 덧붙였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제사회연구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경제사회연구원 제공)© 뉴스1

다음은 신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미중패권 경쟁 속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동맹강화'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성향 상 한국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은 과거 프레임이다. 미국이 절대 우위 속에서 안보를 확고하게 지켜줬고 경제 부분은 중국 시장과의 상호 협력 구조 속에서 진행됐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경제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고 한중경제 협력이 중요한데 과거처럼 협력 구조가 아니다.

과거는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중국의 저임금 노동 시장을 만나 세계로 수출하는 협력구조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 못지않게 중국의 자본과 기술이 쌓여있다. 그러다보니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이 경쟁하게 돼 있다. 때문에 중국과의 무역량이 많고 흑자를 많이 보고 있다고 해서 한중 경제협력이 앞으로도 우호적인 협력 모델로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 외교는 '제로베이스'(어떤 결정에 앞서 전면 재검토 하는 것)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한미동맹에 기반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게 맞다. 단 과거처럼 미중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우리의 이익 중심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기준을 만들어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결국 자기 입장이 있는 미국과 중국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가 미국, 중국이 됐던 다른 나라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좌고우면(左顧右眄·무엇을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임)하면 '한국은 영향력을 행사하면 통한다'고 믿는 경우가 생긴다. 어떠한 원칙이 만들어지면 한국이 그 원칙 고수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이런 메시지를 줘야 우리를 함부로 못 대할 것이다.

'마늘파동'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때 우린 먼저 움츠려 들어서 대응하지 못했다. 또한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는 동맹국에게 할 일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미국이 '쿼드' 구상에 한국을 배제시켰다는 일각의 관측이 있다. 반대로 미국의 쿼드 참여 압박이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를 승계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쿼드 한국 참여 문제는 미국이 처음부터 원했던 것이다.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지만 미국이 공식 요청을 안 한 것은 한국이 '거부' 하면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비공식적인 요청은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쿼드에 대한 참여 요구는 지속될 것이다. 이제는 입장을 정해야 한다. 우리가 쿼드에 더 이상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쿼드에 한국이 들어가면 중국이 싫어할 것이라는 사고는 문제가 있다. 쿼드 가입국인 일본의 경우 중일관계가 나쁜가.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게 반증이다. 협력이 필요할 땐 하고 관계가 좋지 않으면 압박을 가하는 게 국제관계의 본질이다. 그런데 한국은 뭔가에 안 들어가면서 눈치를 본다. 이는 하수다.

한국이 쿼드에 들어가면 구체적인 행동에 있어 어떤 사안은 참여하고 또 다른 사안은 불참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이 '비(非)쿼드국'일 경우 중국은 멤버가 아닌 한국에 대해 어떤 걸 하지 말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의 기조인 '관여해서 이익 확대'를 한국도 해야 한다. 쿼드와 관련된 우리의 이익을 확대하고 필요하다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영향력을 넓히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한미 정상통화가 늦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전화통화를 조금 미루고 한미 정상통화를 먼저 추진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한다. 외교 전략상 우리의 입지를 스스로가 좁혔다는 얘기다. 미국의 대중국 강경 입장 속 먼저 이뤄진 한중 정상통화를 어떻게 보는지.

▶한국 외교부가 중국에게 이용당했다. 중국이 단순히 정상통화만으로 이 사안을 다뤘는가. 아니다. 중국은 대대적으로 정상통화를 홍보하면서 '중국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이를 미국이 당연히 지켜봤을 것이다. 한국 외교가 세련되지 못했다. 지금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이기 때문에 첫인상이 중요하다. 처음에 공조를 어떻게 하느냐가 향후 몇 년을 좌우한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전혀 준비가 안 된 것처럼 대응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중국에서 연락이 왔다고 해서 바로 받을 필요 있었을까. 중국의 의도를 파악했어야 했는데 어떻게 보면 선수를 빼앗겼다. 이로 인해 한미관계가 악화될 정도로 한미동맹이 약하진 않지만 반면교사 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가 지연 되는 것은 그만큼 워싱턴에서 우리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방증이다. 현지 공관과 외교부 등이 처음부터 통화 연결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계기로 한중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단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또는 문 대통령의 방미 보다 먼저 이뤄질 경우 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시 주석 방한은 조기에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때문에 방한의 순서는 지금으로서는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시 주석 방한에 붙는 조건이 중요하다. 시 주석이 여전히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를 고려하지 않음,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망 체계에 편입하지 않음,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음) 약속해라는 식의 조건을 내건다면 그런 것을 수용하면서까지 우리가 부를 필요는 없다.

-미중패권 속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사안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 청문회 기간 동안 보통 정책 리뷰를 한다. 지금 바이든 행정부도 그걸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일부러 상황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조해 할 필요는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이어가려 한다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가 '단계적 비핵화 카드'를 꺼낼 때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시간표가 문제다. 미국이 정상적인 패턴으로 간다고 보면 상반기에 정책 리뷰를 마치고 6월부터 북한과의 접촉 노력을 시작할 것 같다. 이후 하반기에 실무접촉을 하고 관련 성과가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나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정상회담은 임기 내에 어렵고 다음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은 전형적인 패턴이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초기에 관계를 좋게 가져가다가 소강기를 갖고 정권 말에는 무리한 요구로 사실상 관계를 끝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초조해 한다고 풀릴 수 있는 문제 아니라는 것이다. 의연하게 접근하는 게 맞다. 바이든 행정부가 협상을 잘 진행하면 하반기 고위급 회담,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다.

-미중갈등이 격화되면 다시 한반도는 대화를 통한 해결 보다는 '한미 대 북중' 구도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특히 3월 한미연합훈련을 기점으로 북한의 무력도발 등이 있을 시 일련의 시나리오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미중관계는 협력과 경쟁의 측면이 있다. 경제 분야나 남중국해 등에서는 경쟁이 부각되더라도 북한 문제에 대해서만은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 특히 미중 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핵보유국이다. 때문에 불법적인 핵개발 국가에 대해서는 불편한 마음이 있다. 단 순서가 있다. 최우선으로 한미공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만약 한국이 중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데 미국은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하면 중국으로서는 한미관계의 틈을 더 벌리려 할 것이다. 따라서 한미가 같은 목소리를 내며 북한 사안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견인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 몇 년 간 깔끔하지 못했다. 대북제재 완화 목소리를 너무 쉽게 냈다.

◇신범철 센터장은?

신범철 센터장은 외교안보 주요 사안이 있을 때 마다 국내 주요 언론에 깊이있는 분석을 제공해왔다. 1970년 대전 출생인 그는 충남대 법대를 졸업해 서울대 법대에서 국제법 박사과정을 밟았다. 미국 조지타운대에서는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5년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으로 외교안보 전문가의 길을 시작해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또한 외교부 정책기획관, 국립외교원 교수, KIDA 북한군사실장을 지냈고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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