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대책 남발에 부동산 시장 '술렁'…정책 불신 키워

여당發 '용도지역 변경'에…국토부·서울시 "논의한 바 없다"
"'양도세 완화'에 이은 선심성 대책…정책 일관성 떨어져"

서울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2020.12.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2월 서울 도심 주택공급 대책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양도세 규제 완화, 용도지역 변경 등 설익은 대책이 연일 쏟아지면서다.

정작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나 서울시는 관련 논의가 전혀 없었던 탓에 당혹스러운 반응이다. 4월 재보궐 선거를 겨냥한 '부동산 정치'에 열을 올리면서 정책 신뢰만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용도지역 종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밀화나 용도변경을 통해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대책을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나 상업지역으로, 준공업지구를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용적률을 높이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를테면 서울시 조례상 현재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최대 250%인데,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면 400%로 높일 수 있다.

서울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의 고밀도 개발에 더해 서울 용도지역 종상향까지 추진한다면 상당한 공급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면적의 땅이더라도 용적률이 높으면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부와 서울시는 "논의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대책의 실현 가능성이나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용도변경에 따른 공급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2월 대책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에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고밀도 개발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 같다"며 "국토부와 논의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관계자도 "용도변경과 관련해 의견 교환이나 검토 등 실무적인 협의가 전혀 없었다"며 "당에서 어떤 취지로 얘기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용도변경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는 이번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용도지역은 각 지역의 기능과 여건 등에 따라 유지해 온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주택공급이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주거환경을 해치는 난개발로 이어지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도지역 변경은 그에 상응하는 기반 시설 확보 등을 연계하면서 서울시 계획에 따라 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없이 용도지역을 변경하겠다는 것은 어려운 얘기"라고 설명했다.

서울 준공업지역 개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준공업지역을 단순 주택공급지보다는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거점지역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는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준공업지역을 가급적 지켜나간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혼란만 부추기는 모양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에 유도하기 위해 '양도세 한시적 감면'을 제시하면서 규제 완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당 지도부는 "검토한 적 없다"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4월 재보궐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대책'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화두는 부동산 이슈인 만큼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정부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대책까지 거론하면서 정책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얻으려면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며 "정부 정책 기조와 다른 대책들을 ‘찔러보기’ 식으로 내놓으면서 불신만 키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치권의 말 한마디가 부동산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대책을 언급하기에 앞서 충분한 검증이 선행해야 시장 혼란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용도지역 상향은 해당 지역의 땅값이 오르는 데 영향이 크다"며 "도시경쟁력이나 도시미관 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sun9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