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복 많은 정세균, 이번에 '독감총리'…대구행 심정으로 백신도 접종
-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10월21일 예방접종…"전문가 판단 믿고 접종하자" 대국민 메시지
대구서 코로나 방역 지휘, 호우 피해점검 때도 답은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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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이후 사망자가 연이어 발생하며 국민 불안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으로서 직접 예방접종을 받았다.
국민들에게 예방접종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말로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생각에서다.
정 총리는 지난 21일 세종시 연동면 보건지소를 방문해 예방접종 현장 상황을 점검을 한 뒤 본인도 예방접종을 받았다. 애초 정 총리는 예방접종을 비공개로 받을 계획이었으나, 최근 국민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공개 일정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이후 정 총리는 지난 23일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방역당국에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예방접종을 받으실 수 있도록 충분한 조치와 신속한 설명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또 "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는 전문가의 판단을 믿고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예방접종을 지속해야 한다는 방역당국의 견해에 힘을 실어줬다. 백신접종 후 사망자 수가 20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 총리 본인이 직접 예방접종을 마친 뒤 국민들에게 접종을 권고하는 메시지를 냈기 때문에 당국이 국민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무책임' 논란을 조금은 희석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정 총리 취임 이후 닥친 주요 문제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것들이었다. 취임과 함께 확산된 코로나19는 정 총리의 재임기간을 관통하고 있다. 지난 여름 집중호우와 태풍은 남부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다.
총리로서 역량은 정부가 가지고 있는 위기 대응 시스템이 잘 가동되도록 공무원들을 지휘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실무적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민심을 살피는 능력이다. 'K-방역'의 신화를 이룬 것도 국민들이 마음으로부터 동감하고 자발적인 행동에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 총리가 코로나 위기 초기 대구지역의 급격한 확산을 목도하고 직접 대구에 내려가 방역대책본부를 꾸린 것도 본부장이 위기의 현장에 함께하고 있다는 맏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정 총리는 지난 2월 중순부터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대구로 내려가 약 3주간 현장에서 방역 대응을 총괄했다.
정 총리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중앙과 지방을 구분하지 않고 범정부적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대구에서 현장지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이튿날부터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등 필수적인 일정을 제외하고는 3주간 대구에서 정부의 방역대응을 이끌었다.
급격히 늘어나는 환자와 커지는 시민들의 불안은 하루하루 다른 정책이 필요한 급박한 상황이었다.
정 총리는 병실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증환자 병상 확보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도입, 마스크 공급부족 해결을 위한 '마스크 5부제' 등을 지체없이 시행했다.
올여름 역대 최장기간 집중호우와 잦은 태풍으로 큰 수해가 발생하자 피해현장을 강행군하면서 물에 잠긴 집과 논밭을 살폈다. 특히 지난 8월 초에는 대전 서구(8월1일), 한강홍수통제소(8월2일), 경기 이천(8월3일), 충북 충주(8월5일), 강원 춘천(8월6일), 충남 아산(8월8일), 전남 곡성·담양(8월9일) 등 거의 매일 현장일정을 소화하면서 대책을 마련했다.
정 총리는 빽빽한 현장 일정을 소화하면서 체력이 부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렸을 때 왕복 1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등교했다"며 웃어 넘겼다.
정 총리의 이런 솔선수범 행보는 '접시론'으로 대표되는 소신과도 맞닿아 있다. 정 총리는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일을 하다가 실수해 접시를 깨뜨린 경우에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일을 하지 않아서 접시에 먼지가 쌓이게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취임사에서도 접시론을 언급했고, 지난 4월부터 매주 진행하는 '목요대화'도 노동계, 의료계, 종교계, 경제계 등 각계각층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으로 실행하겠다는 취지다. 총리실은 코로나19와 독감백신 논란 다음에 또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지만 현장중심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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