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팩첵]편의점 배달매출 반토막, 정말 '배민 B마트' 등장 때문일까

"B마트 등장으로 편의점 배달매출 반토막?…편의점 점포수 증가 고려안돼"
"無에서 시작한 신사업, 매출 증가율로 따지는 것 적절치 않아"

배달의민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아이콘 (우아한형제들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11월 상품을 직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B마트'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편의점 골목상권 배달 매출이 반토막났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다. 반면 B마트는 서비스 개시 후 약 10개월간 매출 비율이 963% 급증했다는 주장이다.

편의점 골목상권 배달 매출 감소는 정말 'B마트'의 등장 때문일까.

◇"B마트가 편의점 배달 서비스 반토막 냈다?…편의점 점포 증가추이 배제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배달의민족 'B마트'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비스 개시 후 매월 매출이 증가해 지난 8월 서비스 개시 대비 매출이 963.3%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같은 기간 서울지역 편의점 업체의 배달 매출액은 반토막 났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한국편의점협회의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자료에 따르면 A 편의점 업체는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는 점포가 지난해 11월 582곳에서 올해 8월 942곳까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간 평균 주문액은 48% 감소했고 평균 주문 건수도 3.3건에서 1.5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는 편의점 점포 증가 추이를 배제한 주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치열한 점포 늘리기 경쟁을 펼치는 편의점 본사야말로 가맹점 매출을 줄이는 주요 원인"이라며 "B마트라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만으로 배달 매출이 감소를 지적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전체 매장수(가맹점·직영점 포함)는 지난 3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 2017년에는 1만2429곳, 2018년에는 1만2973곳, 2019년에는 1만3918곳으로 매년 약 1000곳 가까이 증가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17년 총 1만2503곳(가맹점·직영점 포함)의 매장을 운영한 회사는 2018년에는 1만3169곳, 2019년에는 1만3877곳으로 점포 수가 성장했다.

편의점 업계는 여타 프랜차이즈 사업자와 달리 매출액이 아닌 '매장수'로 경쟁한다. 가맹점 수로 업계 1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한 집 건너 편의점'을 쉽게 볼 수 있는 배경이다.

◇코로나19에도 편의점 점포수 ↑…"개점은 쉽지만 폐점은 어려워"

이러한 치열한 점포 수 경쟁으로 편의점 본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연간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9조원을 넘어섰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2.5% 늘어난 2388억원이었다. BGF리테일도 지난해 매출 5조9461억원,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7% 증가한 196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본사 매출과 달리 편의점 가맹점의 매출은 하락세다. 공정위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GS25 가맹점 사업자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6억6523만원으로 전년(6억7206만원) 대비 하락했다. CU 가맹점 사업자의 평균 매출액도 지난해 5억8991만원으로 전년(5억9312만원)으로 줄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본사가 수익성이 낮아도 무리하게 가맹점을 늘려 전체 매출을 늘리면서도 정작 그 부담은 가맹점 점주들이 지고 있다"고 꼬집는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 배달 매출 감소를 B마트, 요마트(요기요의 식재료·생활용품 단시간 배송서비스)의 등장으로 콕 짚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편의점) 본사가 매출 증대를 위해 지방으로 점포 수를 대거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점 근접출점이야말로 편의점 배달 주문수와 매출액을 감소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의점 업계는 지난 2018년 편의점 과밀화 해소를 위해 자율규약안을 마련했다. 이 자율규약에 따라 편의점 본사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정하고 있는 50~100m의 담배소매인 지정거리와 상권 입지 특성을 참고해 편의점을 출점하고 있다.

본사는 점포 수 확장과 매출 증대를 위해 서울이 아닌 지방을 타깃으로 점포를 대거 늘리고 있다. 자율규약에 따르면 서울 내 편의점 출점 시 100m 거리 내 신규 출점이 불가하다. 그러나 대다수 지자체는 50m의 출점 제약을 둬 수도권보다 진입장벽이 낮다.

본사는 지방을 중점으로 신규 매장을 늘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의 경우 편의점이 많지 않아 출점 기회가 수도권보다 많지만 유동인구가 적어 점포당 매출이 크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강타했지만 올해도 편의점 점포 수는 전년대비 증가할 전망이다. 편의점 업계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현재 영업중인 점포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다른 프랜차이즈 업종(PC방, 식당 등)과 비교해 편의점 업계가 코로나19 여파를 덜 맞은 것은 사실"이라며 "신규개점은 쉽지만 폐점이 쉽지 않은 업종이기 때문에 올해도 가맹점 수가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소비자가 CU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BGF리테일 제공)ⓒ 뉴스1

◇"無에서 시작한 신사업, 매출 증가율로 따지는 것 적절치 않아"

플랫폼 업계는 "국회가 무(無)에서 시작한 신사업을 성장률로 평가하며 관련 시장 성장을 누르고 있다"며 울상이다. 편의점 업계의 배달 서비스 성장률은 공개하지 않고 일방적인 플랫폼 기업 때리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CU운영사 BGF리테일이 지난 6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며 서비스 1년 만에 주문량이 10.4배 증가했다는 보도를 했다"며 "편의점사 배달 서비스 성장률은 공개하지 않고 무조건 플랫폼 기업 때리기로 국회가 다른 잣대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B마트 상반기 매출액은 약 400억원 규모로 전해진다. 편의점 시장이 연간 25조원 규모의 매출을 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 비중이 크지 않다. 퀵커머스 업계의 대표 주자인 마켓컬리의 월 매출이 평균 1600억원과 비교해도 적은 수치다.

B마트와 요마트가 취급하는 물품이 신선식품, 가정식대체식품(HMR), 밀키트 등 음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편의점 업계보다는 '마켓컬리'와 같은 퀵커머스 업계와 비교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B마트, 요마트는 새벽배송보다 더 빨리, 즉시 음식을 받고 싶어하는 이용자를 위해 틈새시장을 노리고 등장한 새로운 이커머스 형태로 퀵커머스에 가깝다"며 "처음 시작한 사업을 매출 증가율로 얘기하면 당연히 숫자가 엄청나 보인다. 기준 시점에 따라 수천%까지도 성장할 수 있다. 신규사업을 증가율로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hway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