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강철비2' 빛낸 부함장…신정근 "딸이 '아빠가 주인공'이래요"


                                    

[편집자주]

롯데엔터테인먼트 © 뉴스1
"둘째 딸이 영화를 보더니 '엄마, 아빠가 주인공이야'라고 하더라고요."

배우 신정근(54)은 지난달 말 개봉한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이하 '강철비2')의 히든카드다. 정우성부터 곽도원 유연석 앵거스 맥페이든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상당한 분량과 존재감으로 관객들에게 각인됐다. 신정근이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잠수함 전투의 북한 최고 전략가인 백두호의 부함장이다.

부함장의 존재감은 적의 어뢰가 백두호를 공격하는 위급한 상황의 잠수함전이 시작되면서 더욱 빛났다. 신정근은 최고의 전략가다운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력으로 능숙하게 백두호를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인 한경재 역 정우성과 또 다른 남북 케미를 선보이며 극의 후반부를 책임졌다. 

'강철비2'에서의 신정근의 예상 밖 활약은 '재발견'을 이뤄냈다. 그간 신정근은 다수 영화를 비롯해 '피노키오' '후아유-학교 2015' '너를 사랑한 시간' '언터처블' '미스터 션샤인' '남자친구' '호텔 델루나' 등 인기 드라마에서 '신스틸러'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강철비2'의 전면에서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진지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지난 1997년 영화 '1818'로 데뷔해 올해 데뷔 24년차를 맞이한 그는 극단 시절 받은 한 장의 팬레터로 인해 지금까지 배우로서 자리를 지켜왔다고 고백했다. 코미디를 했을 뿐인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한 팬의 편지는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고 싶다던 신정근은 '강철비2'를 본 딸의 반응을 이야기하다 흐뭇한 미소도 지었다. '강철비2'의 부함장이 되기까지 그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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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개봉 이후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배우였다.

▶촬영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정도 (반응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개봉 전 시사회 이후 응원 메시지가 많이 와서 깜짝 놀랐다. 기자님들께서도 좋은 글을 많이 올려주셨더라. 요즘은 눈 뜨면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하는 게 일이다.

-이전에는 본인 이름 검색을 잘 안 했나.

▶원래 촬영장에 휴대전화도 안 갖고 다니는데. (웃음) 노안까지 있는데도 돋보기까지 갖고 다니면서 검색한다. 정말 신기하다.

-부함장 역할에 어떻게 캐스팅됐나.

▶대본을 회사에서 전달받아서 읽어보고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다. 감독님께 '제가 북한군 역할인 건 알겠는데 내가 해야 할 배역이 맞냐'고 다시 물어봤다. '회사에서 감독님에게 세게 협박했냐'고 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배역이 좋았고 하고 싶었었다. 감독님께 정우성 배우가 '딱 북한군'이라며 추천했다더라. 제가 동생들하고 잘 어울리는 걸 보고 그런 생각했다고 하더라. 그레도 감독님께 '절 왜 썼냐'고 물었다. 감독님께서도 '선배님을 보니까 딱이더라'며 '협박은 없었다'고 하더라.(웃음)

-부함장 역할을 꼭 하고 싶었던 이유는.

▶사병들을 아끼는 부분들에 공감이 됐다. 저도 후배에서 선배가 되기까지 20년 정도 거쳐왔다. 그 과정에서 동생들을 대하는 것도 익숙해진 것 같다. 북한에선 어릴 때부터 사병을 시작한다고 하더라. 그런 그들을 보면서 제 막냇동생 같기도 하고 그런 감정들이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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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함장 역할을 위해 노력한 점은.

▶첫 번째로 명칭 외우기를 했다. 또 최고의 전략가니까 동해 바닷속 지도를 암기해놓고 있어야 했다. 잠수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야 했기 때문에 전략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신경을 썼다. 평소 촬영 전에 공부를 많이 하고 들어가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감독님께서 너무 전문가이시기 때문에 질문을 드리면 막 쏟아져 나오더라. 그 부분에 대해 많이 배우고 촬영을 시작했다.

-실제로 부함장의 모습도 있는지.

▶제 입으로 실제로 부함장 캐릭터와 가깝다고 하면 재수 없을 것 같다. (웃음) (신정근과 부함장 캐릭터가) 중간 쯤에서 만난 것 같다.  

-양우석 감독의 특별한 디렉션이 있었나.

▶감독님께서는 내색하지 않는 포커페이스로 묶어두셨다. 코믹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한번 하셨는데, 반대로 제가 또 하고 싶지 않더라.

-이번만큼은 진지하게 비치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사실 코미디를 할 때도 웃기려고 한 적은 없다. 상황이 웃긴 거지 개인기로 코미디를 한 건 아니었다. 이번 작품은 개인기로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우직한 군인으로 비치길 바랐기 때문에 다른 행동들이 사족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배역은 사족을 빼야 한다고 봤고 애드리브도 일체 없었다. 영화 속 이야기는 이틀도 채 안 되는 시간동안의 이야기다. 사족을 할 틈도 없었다.

-부함장 인기가 이렇게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지.

▶전혀.(웃음) 이번 캐릭터가 사람을 구하는 인물이어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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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과 호흡은.

▶정우성과는 '이렇게 찍자'고 말해본 적도 없다. 유대감도 저절로 쌓였다. 극 중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분)와 티격태격하던 때가 있었지만 잠수함에 같이 갇혀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유대감도 생겼고, 정말로 그를 구하고 싶었다는 마음이 들었다.

-정우성이 부함장 역할에 추천하면서 이번 기회가 생겼는데, 더 각별히 고마운 마음도 들 것 같다.

▶처음에 정우성 배우 회사에 들어갔을 때 처음부터 편하더라. 정우성은 '형이 편하게 해주니까 편하게 한다'고 하더라. 실제 정우성은 화장실을 같이 가면 티슈로 손을 닦은 뒤 내가 티슈를 버릴 때까지 휴지통을 계속 잡고 있는다. 그런 정우성이 요즘 '라이징 스타'라고 한다. 나는 '정우성 배우 덕분에 안 해도 되는 메이크업을 한다'고 답한다. 정우성과 영화를 찍으며 더 가까워졌다. 더 좋다.

-1997년에 데뷔해 가장 주목받는 요즘이다.

▶나이 50 넘어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게 처음이다. 2009년에 영화 '거북이 달린다' 때 일대일 인터뷰를 하긴 했는데 이렇게 라운드 인터뷰까지 해본다. 앞으로 배우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매사 조심스럽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즐거운 시간이 끝났다. (웃음)

-영화를 본 뒤 가족들의 반응은.

▶가족들은 내색 안 하는데 아내가 영화 보고 악수하자고 하더라. (웃음) 둘째는 아직 영화를 안 본 엄마에게 '아빠가 주인공이야. 마지막에 정우성과 사귀어'라고 하더라. 재미있게 봤나' 했다.

-그간 선역이나 코믹한 역할도 많이 했었는데, 악역을 많이 했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제가 그래도 웃으면 귀엽다.(웃음) 무대에 섰을 때는 저처럼 선이 굵은 얼굴이 좋다고 한다. 멀리서도 표현돼서 좋아하셨는데 드라마로 가니까 이상하게 보이더라.(웃음) 요즘엔 익숙해져서 괜찮아진 것 같다. 이제는 이렇게 하면 예쁘게 나오는 걸 안다.(웃음) 문제는 악역을 많이 안 해봤는데 악역을 했다고 하시더라. 다시 말씀드리지만 따뜻한 것 많이 했다. 사실 어릴 때는 조금 험하게 생겼었다. 피부도 거칠었는데 배우는 나이들수록 제 얼굴을 찾아간다고 하더라. 그 말에 희망이 보였다. 나 같은 얼굴도 바뀌어가고 있구나 했다.(웃음)

-악역도 어울릴 것 같다.

▶저는 미래를 조금 더 생각했다. 나중을 위해 아끼자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앞으로는 조금 더 많은 요구가 있으실 것 같다. 이제는 강한 걸 할 나이가 되지 않았나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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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 시골에서 살았는데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셔서 아버지를 따라 영화를 많이 봤다. 그러다 중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갔다. 운동 위주로 할 때라 꿈은 안 꿨는데 연극을 한 번 해보자 한게 매력에 빠져서 지금까지 하게 됐다. 

-연기의 어떤 매력을 느꼈나.

▶극단 활동을 하면서 팬레터를 받았다. 그러면서 포스터 작업도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했다.(웃음) 연기는 인간성 회복이라고 하더라. 한 선생님이 '연기는 너도 회복해야 하고 보는 이도 회복돼야 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팬레터를 받았을 때 많이 놀랐다. 감동을 받았다고 써있었는데 '난 코미디 밖에 안 했는데 이게 웃기는구나' 했다. 그 팬레터가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심어준 거다.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는지.

▶아내가 힘들었었다. 저는 철이 없어서 (힘든 줄도 모르고) 막 돌아다녔다. 제가 방송에 나가서 인터뷰 할 때도 힘들었던 시절이 없었다고 했는데 그만큼 철이 없었다. 연극영화과도 안 나왔고 공부도 안 해봤지만 어떻게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래 걸렸다. 그간 꾸준히 운동과 독서도 해오고 한 것들이 이제 이 나이와 잘 버무려지면서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 가족이 있는 배역을 맡아본 건 드라마 '피노키오'가 처음이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안 돼서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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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는 어떻게 만났나.

▶아내는 극단 후배였다. 둘째 낳기 전까지 아내는 일을 했다. 둘째 낳고부터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 했다. 둘째가 태어나고부터 영화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전까지 오디션을 왜 안 봤냐 하면 당시 연극계에선 대중매체로 가는 걸 배신이라고 했다. 배신이고 뭐고 아이를 키워야 했다.

-신정근 배우에게 '신스틸러'라는 수식어가 있다. 다른 수식어도 얻고 싶나.

▶신스틸러라는 말은 지어낸 말 같은 느낌도 있다.(웃음) 저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명품 조연' 그런 얘기도 있는데 '명품이 왜 이렇게 많아' 했다. 지금은 그냥 배우였으면 좋겠다. 연기자한테는 배우 소리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주어진 일 잘 해낼 거고 현재는 최동훈 감독님의 '외계인'(가제)을 촬영하고 있다.

-성수기 흥행 경쟁이 쉽지 않다.

▶가족 시사회때 이정재 배우가 왔었다. 맛있는 와인을 주면서 '영화 잘 봤다'고 하더라. 이정재 배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잘 됐으면 한다. (웃음) 좀비물 '반도', 밀리터리 '강철비2', 누아르 '다만악에서 구하소서' 등 이렇게 관객 분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도전하고 싶은 장르와 캐릭터가 있나.

▶저는 서민적인 걸 좀 좋아한다. 감동과 코미기가 섞인 걸 좋아한다. 또 누아르도 좋아한다. 기회가 되면 즐겁게 일하시는 감독님, 배우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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