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수칙 다 지켰는데…" 8명 감염 중국동포교회 멘붕
-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리치웨이 확진자 거주 '가리봉 쉼터'에 긴급 선별진료소
32도 폭염 속 신도들 전수검사 긴줄…"중국인 편견 속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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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볼 때도 1m씩 떨어져서 앉고 마스크·손 소독제도 했는데…안타깝죠. (중국동포에 대한) 편견도 좀 걱정이에요."
50대 박모씨는 8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앞 인도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이 교회 예배 참석자인 탓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게 됐다. 이날 8명이 무더기 양성 판정을 받은 중국동포쉼터가 이 교회 4층에 위치해 있다.
구로구청은 관악구 노인용품 판매업체 리치웨이를 방문한 후 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구로구 54번 확진자의 거주지인 이 교회 쉼터 거주자와 교회관계자 등 36명을 검사한 결과 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60~80대 여성 6명과 남성 2명이다.
확진자가 다수 나오자 해당 교회 건물은 전 층이 폐쇄됐고, 이날(8일) 오후 3시께 구로구보건소 선별진료소가 꾸려졌다.
진단검사 대상이 된 신자와 목사, 교회 직원 등 150여명 중 연락이 닿는 인원 30~40명이 먼저 교회 앞에 긴 줄을 섰다. 이달 7일과 지난달 31일 예배에 참석한 이들이 대상이다.
가족단위나 지인 참석이 다수 파악됐다. 8살 남아를 비롯해 초등학생 남·여아 등도 10여명 확인됐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어떡하지?" "예배 볼 때 마스크 썼으니까 큰 걱정 하질 말자." 웅성이면서 1m 거리를 지키지 못하던 중국교민들은 구청 직원 등이 '선별진료소 방문기록지'를 나눠주면서 간격 벌리기를 요청하자 이를 작성하면서 그제서야 간격을 띄워 섰다. 현장을 통제하던 직원들은 방역복을 입을 새 없이 마스크만 쓰고 진땀을 흘렸다.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상 서울 이날 낮 기온은 32.0도까지 치솟았다. 폭염이 쏟아지는 가운데 검사를 기다리게 된 중국동포들은 연신 부채질을 해 댔다. "몇 시간째 기다렸는데 애들이 땡볕에서 (기다리기) 힘들다. 먼저 해줘라"는 하소연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오후 3시50분, 진단검사가 본격 시작됐다. 아이들은 목과 콧구멍을 찌르는 검사가 불편한 듯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구로구 측은 "앞서 확진자가 다수 나온 쉼터 거주자와 예배 참석자는 교회 안에서 동선이 겹치지 않고, 예배 참석자는 들어가고 나설 때 문진도 다 완료했다"면서 "이 교회발 추가 확진자 증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다만 모든 예배 참석자가 진단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다만 앞서 확진된 쉼터 거주자들은 감염에 다소 취약한 상황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로구 관계자는 "이주민 쉼터는 남자방과 여자방, 큰방 2개로만 이뤄져 있고,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서 생활했다"면서 "거리 두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로구는 9일까지 예배 참석자 전원의 진단 검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쉼터 거주자 중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은 임시 격리시설로 입소시켜 2주간 자가격리할 방침이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날 오전 "서울시에 거주하는 무증상자를 대상으로 매주 1000명을 선정해, 7개 시립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나도 이 교회 근처 사는데, 여기서 코로나19 검사 받으면 안 되냐"는 70~80대 노인들의 요구도 일부 있었다. 선제검사 대상자는 시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한 뒤 선정되면 시립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어서 이들은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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